'음악의 신' 페이크 다큐를 찍자고? 처음엔 도무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웃는 얼굴로 찍은 사진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표정관리가 어려웠던 이상민(39)이었다. 케이블채널 엠넷의 엉뚱하면서도 새로운 프로그램 섭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6년간 절치부심 끝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 할 때였다. 준비 중인 신인그룹의 앨범 제작, 프로듀싱 등 할 일이 태산이었다. 불가능했다. 그러나 담당 PD가 한 말이 계속 귓가에 아른거렸다. "이상민 당신을 망가뜨려주겠다. 대신 아주 재미있게…". 이혼과 잇단 사업 실패, 그리고 소송까지. "여기서 더 망가질 게 뭐 있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자신이 재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데까지 마음이 움직였다.
서바이벌 오디션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신인가수 육성을 캐치프레이즈로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 방송된 내용 그대로 매니저 한 명과 비서 한 명으로 LSM엔터테인먼트 기획사를 설립하고 유산균 제조회사인 네오퍼플과 협력계약을 했다. 고영욱에게 프로듀서를 제안하고 용감한 형제에게 곡을 의뢰했다. 씨스타·솔비에게 "함께 하자"며 러브콜을 보냈다. 그때마다 이상민은 망가지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설령 굴욕을 당해도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대신 지나칠 정도의 긍정적 마인드로 웃음을 자아냈다. 1990년대 최고 인기그룹 룰라의 카리스마 리더 이상민의 '대반전'에 폭소가 터져나왔다. '음악의 신'은 단박에 최고의 화제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눈 코 뜰 새 없는 이상민을 서울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만났다. 맥주로 건배를 하며 '음악의 신'과 그에 관한 궁금증을 풀었다. 그는 이 자리가 "모든 걸 정리하는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며 입을 열었다.
▶'음악의 신' 이상민, 실제 나와 싱크로율은 70%
-프로그램이 난리가 났어요. 예상했나요.
"요즘 저도 놀라고 있어요. 오랜만에 방송을 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런 낯선 프로그램에도 시청자들이 마음을 열고 보실 정도로 환경이 바뀌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궁금한 것부터 몇 가지, 대본이 있나요.
"당연히 있죠. 하지만 늘 대본대로 하는 건 아니에요. 흐름에 따라 제가 애드리브를 하기도 해요. 그리고 주어진 상황이 저한테 맞춤형으로 돼 있어서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매니저·김비서·이고문의 정체는.
"매니저 백영광은 개그맨 출신의 연기자이고, 김비서도 연기자 김가은씨에요. 이고문 역의 이수민씨도 연기자인데 LSM엔터테인먼트와 진짜 전속계약을 했어요. 우리회사 1호 연기자인 셈이죠. 하하"
-얼마나 어떻게 촬영하나요.
"일주일에 약 4일 정도 찍어요. 이틀은 하루 종일 찍고 나머지 이틀은 조금씩 보충촬영하는 식이에요. 그러니 제 모습이 거의 대부분 있는 그대로 보여지게 되는 것 같아요."
-진짜로 신인가수를 발굴해서 데뷔시키는 건가요.
"프로그램에서 계속 오디션을 보고 있고 실제 진행 중이에요. 곡 작업도 같이 가고 있고요. 원래는 7월쯤 그룹을 데뷔시킬 계획이었는데 10월은 돼야 할 것 같아요. 방송은 7월 4일 12회로 막을 내리겠지만 저는 10월 공개를 목표로 신인을 데뷔시킬 겁니다."
▶이상민표 7명 걸그룹, 10월에 데뷔
-어떤 그룹인가요.
"7명으로 구성된 걸그룹입니다. 이미 멤버는 정해졌고요. 그중에는 '음악의 신' 오디션을 통해 뽑은 친구도 있어요. 현재 이들을 위한 곡 작업 중입니다. 기존 걸그룹과는 많이 다를 거예요."
-요즘 걸그룹 홍수인데, 어떻게 다를까요.
"제 머리속에는 있는데 설명해드리기가 어렵네요. 장르는 더티 힙합(Dirty Hip-Hop)이고요. 칼같은 군무보다는 멤버별 개성을 중시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뻐요. 하하"
-직접 노래할 계획은 없나요.
"있어요. 실은 '음악의 신'에서 제가 최호섭 선배님의 '세월이 가면'을 리메이크합니다. 그리고 쿨 김성수 형이 부를 트로트 곡 '누나'를 프로듀싱했고요. 매니저·김비서·이고문이 팀을 이뤄 신곡을 부릅니다. 모두 '음악의 신' 11회, 12회에 걸쳐 방송되고 음원으로 발표될 거예요."
-그럼 더이상 '음악의 신'은 못보는 건가요.
"일단 12회로 끝마치는데요. 시즌2 검토 중인 걸로 알고 있어요. 전 방송하는 동안 미뤄뒀던 음반 프로듀싱과 제작, 걸그룹 데뷔 등에 속도를 내야죠. 최근 사무실 옆에 스튜디오도 마련했어요."
-혹시 방송되지 않은 내용도 있나요.
"안 나간 게 많아요. 저희끼리 하는 농담이 너무 세서 방송용으로 부적합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탁재훈형하고 그랬죠. 우리 방송에 못 나간 것만 모아서 영화로 따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