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김도경 사장 “정품 귀주마오타이 술 1년 수입은 1만명”
"우선 ‘귀주마오타이가 가짜가 많다’는 인식을 불식하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워낙 긴 시간 동안 가짜가 진품처럼 유통되는 상황에 익숙해져 쉽지는 않지만 우직하게 나아가면 결실이 있을 겁니다. 내년부터는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생각입니다."
프랑스의 꼬냑, 영국의 스카치위스키와 함께 세계 3대 명주로 꼽히는 중국 귀주 마오타이주.
중국을 다녀온 사람이면 한 병쯤은 사온 경험이 있을 법한 이 술은 사실 '중국 국가주석도 진짜를 먹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가짜가 많았다. 좋은 술인 것은 누구나 알지만 진품을 판별하기 어려워 애주가들을 애타게 했다.
문제의 귀주마오타이주가 2007년 1월부터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다. 한국내 판매대리권을 획득한 주인공은 김도경(40) 마오타이 코리아(주) 사장. 귀주마오타이주는 생산량이 워낙 한정돼 있을 뿐만아니라 그 중 97%가 중국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3%만 외국으로 수출돼 해외에서 정식 수입된 진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판매대리권을 획득해 팔고 있는 나라가 미국·일본·싱가포르·홍콩·태국 등 20개국에 불과한데 그나마 모두 화교들이 경영하는 회사들이다. 사장이 화교가 아닌 나라에 판매대리권을 준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김도경 사장이 중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2년. 첫 직장으로 건설회사인 상해동운방지산 유한공사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중국을 무조건 직접 겪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중국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선택했고, 그 인연으로 귀주마오타이와 인연을 맺었다.
알음알음으로 귀주마오타이 주류도매상들과 안면을 텄다. 특유의 성실성이 인정을 받아 2006년 본사로부터 판매 대리권을 어렵게 획득했다. 3년 전에 한국을 처음 찾은 지커량 회장이 "당신 같은 사람이면 한국에서 가짜를 몰아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간다"며 그의 능력을 인정했다.
지난 2월 김도경 사장은 ‘도박’을 감행했다. 그는 주류도매상을 완전히 배제하고 지정업소에만 귀주마오타이를 취급하는 식으로 유통방식을 바꿨다.
그의 결단으로 올해부터는 귀주마오타이 코리아와 계약한 30개업소에만 진품 귀주마오타이를 접할 수 있다. '최고의 술을 최고의 장소에'라는 모토 아래 롯데백화점과 압구정동 연경, 대치동 태가원, 명동의 동보성, 강남역의 대려도 등 선별된 국내 최고의 중식당 30곳에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류시장에서 도매상을 끼지 않고 영업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 그러나 김 사장은 "도매상은 아무래도 이윤이 많이 남는 상품을 유통하려는 관성이 있다보니 가짜를 알면서도 유통시키는 경우가 빈발했다.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지정업소에서만 판매한다는 모험을 감행했다"고 털어 놓았다. 물론 반발도 많았고 그로 인해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김 사장은 가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우직하게 밀고 나갈 생각이다.
귀주마오타이는 중국 내에서도 유통 가격이 가장 비싸고 중국 최상류층을 고객으로 하는 '국주'이다. 백화점에서도 판매 가격이 19만 5000원(500㎖)으로 만만치 않다.
보따리 장사를 통한 가짜 유통을 철저히 막고 지정업소 정책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한 뒤 대중적인 유통을 재개한다는 것이 김도경 사장이 그리는 그림이다. 올해는 1만 병 정도 수입할 계획이지만 내년에는 3만 6000병, 2010년에는 10만 병 정도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생각이다.
김 사장은 고가주인 귀주마오타이주와 더불어 '영빈주'라는 저가 마오타이로 중저가 중국술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영빈주'는 귀주마오타이를 만들어낸 원료에 새로운 재료를 첨가해 다시 빚어낸 술. 향은 마오타이와 비슷하지만 가격이 3~4만원대로 저럼하다.
김도경 사장은 "현재 한국에서 중국술 시장은 위스키에 이어 두 번째일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중국술 시장의 50%를 귀주마오타이와 마오타이 관련 술이 차지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이라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김도경 사장은?
▲1968년생
▲경성고-중앙대 행정학과
▲1992년 상해동운방지산 유한공사
▲1995년 현대우주항공(주)
▲2000년 (주)휴먼텍 대표
▲2001년 중국 상해원혜상무유한공사 부총경리
▲2005년 필리핀 이스트밸리 Ltd 대표
▲2006년 마오타이코리아(주) 대표
박수성 기자 [mercur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