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으로 키운 실력이 세계를 위협한다.‘짝퉁 공화국’ 중국이 현대 과학의 총아라 불리는 자동차 분야에서의 모방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예전에 몇 년 지나야 가능했던 것이 이젠 1년도 채 되지 않아 버젓이 같은 모양의 짝퉁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열린 국제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세계적 명차들을 그대로 ‘베껴낸’ 모조품이 전시장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면 머지않은 시기에 ‘명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중국에 대해 긴장하는 이유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아시나요
중국이 만들어내는 ‘짝퉁’ 자동차는 국내 업체들의 제품을 모방한 것이 특히 많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짝퉁은 ‘큐큐(QQ)’. 몇 년 전부터 중국 전역에서 운행되고 있는 이 차량은 헤드램프부터 범퍼·후드를 포함해 전체적인 모양이 GM대우의 마티즈를 영락없이 닮았다.
과거에는 큐큐와 같이 겉모양만 비슷했는데. 이젠 자동차 부품이나 인테리어까지 똑같은 복제품이 등장한다.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때문이다. 제품 조립순서의 반대로 제품을 하나하나 분해하면서 제품의 제조과정 및 성능을 파악하는 기술을 말한다.
최근에는 기계 설계용 소프트웨어와 3차원 스케닝 기술을 이용해 자동차의 제작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올라가기 때문에 이전보다 정품에 훨씬 가까운 복사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물론 엔진이나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은 성능이 떨어지지만 모양만큼은 정품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짝퉁 공화국의 ‘눈부신’ 진화
지난해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모터쇼에 출품한 각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뜻 보기에 자사 제품과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정교한 ‘짝퉁 자동차’가 출품되었던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피해자 가운데 하나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신형 싼타페를 출품했다. 그런데 중국의 황하이자동차가 이와 거의 흡사한 자동차를 ‘치성’이란 이름으로 내놓았다. 신형 싼타페가 국내에 출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또 티엔마자동차는 기아자동차의 쏘렌토를 모방. ‘티엔마영웅’이란 이름으로 짝퉁을 선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 회사는 관객들에 뿌린 시승기에서 ‘이 차는 한국의 쏘렌토를 본뜬 중국판 쏘렌토’라며 ‘한국류의 호방함과 심플함이 배어 있다’고 자랑할 정도였다. 이처럼 중국에서 외국차를 모방한 제품은 10여 종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복제 기술을 벗어나 머지않아 창조적인 단계로 넘어가 고유 모델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할 것이란 게 국내 자동차업계의 예측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복제품도 얼마나 정교하게 모방했는지 일부 제품은 순정품 부품을 이용해도 잘 맞는다. 머지 않아 독자 모델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