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도란도란 말 이야기 ④] 양반의 봄꽃놀이 필수 아이템, 말
바야흐로 봄이다. 산수유 축제, 매화 축제 등 곳곳에서 열리는 꽃축제에 가봐야할 것만 같은 마음이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꿈틀거리는 시기이다. 옛사람들도 봄나들이, 즉 '상춘(賞春)'이라 하여 들로 산으로 꽃구경 다니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 봄나들이의 고급 옵션 '말' 양반들의 상춘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말(馬)'이었다. 평민들이 건강한 두 다리에 의지해 주변 산에서의 꽃놀이로 만족한데 비해 부유한 양반들은 시종들까지 앞세우고 원거리 여행을 즐겼다. 대표적인 그림이 혜원 신윤복의 '연소답청(年少踏靑))'이다. 봄을 맞이해 한량들 몇 명이 기생들과 함께 꽃구경 가는 장면을 담고 있다. 재래마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말을 기생들에게 양보하고도 신이 난 듯 걷고 있는 청년들이나 길가의 꽃을 꺾어 머리에 꽂은 여인의 모습에서 봄을 맞은 젊은이들의 들뜬 기분을 읽을 수 있다.갈 길도 잊고 봄에 취한 양반반면 단원 김홍도(金弘道)의 작품인 간송미술관 소장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는 수수하지만 말을 타고 가다 고즈넉한 봄 분위기에 젖은 한 양반의 감상을 잘 보여준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고개를 들어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버드나무와 꾀꼬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여운을 주는 화면의 여백과 고졸한 담채가 어우러져 봄을 완상하는 인물의 높은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버드나무 가지에 점처럼 솟아나오고 있는 연두색 잎사귀들과 가던 길을 멈춘 채 꾀꼬리 소리에 고개를 돌린 양반과 시동의 몸짓이 봄이 왔다는 사실을 조용히 속삭이는 듯하다.말 타고 꽃구경 우리나라 속담 중에 '말 타고 꽃구경'이라는 것이 있다. 사물을 자세히 못보고 대충대충 훑어본다는 뜻인데 말을 타고 가면 그냥 걷는데 비해 건성으로 보기 쉽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봄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누렸던 옛 사람들의 여유가 부러울 뿐이다. 지금 축제가 한창인 서울경마공원에 가면 멋스럽던 조상들의 상춘을 알뜰하게 느껴볼 수 있다. 당신을 위한 무료 마차와 꽃길이 준비돼 있다. 박수성 기자▷ 교통카드의 원조는 ‘마패’▷ 말(言) 속의 말(馬)▷ 말고기의 맛과 효능▷ 양반의 봄꽃놀이 필수 아이템, 말
2009.04.08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