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 위주의 식사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지만 '고기 맛'을 아는 사람들은 육류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육류 식품의 대표주자인 쇠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육질이 좋아서 맛도 뛰어나다. 하지만 쇠고기는 융점이 높아서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축적되기 쉽다. 콜레스테롤이나 성인병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맛좋은 고기는 없을까?
있다. 바로 말고기다. 말고기는 융점이 낮아 성인병 걱정이 없을 뿐더러 고혈압, 신경통, 당뇨병에도 좋은 보약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하직 선뜻 말고기를 먹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말고기의 진실을 알아보자.
말고기는 질기고 맛이 없다? 말고기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질기다' '냄새가 난다' '맛이 없다' 등이다. 말고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고기를 폄하하는 선입견의 바탕에는 말고기의 섭취를 터부시했던 인습이 깔려 있다.
농경사회에서 말은 농사짓는데 필요한 노동력이자 중요한 이동수단이었으며, 전시에는 핵심적인 전력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는 말고기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다.
말 자원이 고갈될 것을 염려한 조정에서는 말 도축을 금지하고 말고기를 먹은 자는 엄하게 처벌했다.
말고기는 질기고 냄새가 난다는 선입견도 이러한 데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인 차원에서는 말고기를 금기시했지만 우리 조상들은 말고기를 즐겨먹었다. 조선왕조 연산군의 일기에는 '연산군은 말고기가 양기를 돕는다 하여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말고기는 왕가에서 즐겼던 고급식품 중의 하나였다.
말고기, 맛의 정점에 서다 임금에게 진상될 만큼 고급식품으로 인정받았던 말고기는 최근 건강기능식품으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이미 전국에 80여개가 넘는 말고기 전문점이 성업 중이며 앞으로도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추세다. 맛과 효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말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말의 고장 제주에서는 말고기의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불법 도축·유통되는 양이 상당하다고 한다.
미식을 삶의 크나큰 즐거움 중에 하나로 삼는 프랑스인들은 쇠고기보다 말고기를 선호한다. 영국 유명일간지인 '텔레그래프'는 말고기 관련 기사에서 "프랑스의 요리사와 정육업자들은 말고기를 소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를 대체할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고기의 대부분은 영국이나 미국 등 말고기를 터부시하는 국가의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프랑스 패션가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많은 양의 말고기가 유통되고 있으며 미식가들이 말고기를 벚꽃처럼 붉다고 하여 사쿠라 니쿠(벚꽃육)란 이름으로 부른다. 제주 말고기는 일본에 수출되기도 한다.
축산물에서 건강식품으로 말고기는 약효(藥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말고기가 신경통과 관절염, 빈혈, 척추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최근에는 말고기의 의학적 기능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농촌진흥청 난지농업연구소'가 발간한 '말고기 요리' 책자(2007년)에 따르면 말고기에는 콜레스테롤 감소에 효과적인 성분인 팔미톨레산(palmitoleic acid)이 돼지고기와 소고기보다 무려 2~3배나 더 많이 들어있다. (말고기 8.2%, 돼지고기 2.8%, 쇠고기 2.6%)
팔미톨레산은 피부를 보호하는 피지(皮脂)의 주요 성분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고 강력한 항균작용을 하며 췌장의 기능을 향상시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
최근에는 말의 뼈도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재단법인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말의 뼈'에는 이미 알려진 골다공증 개선효과 외에 항염증, 암세포 성장억제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