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조직위원회 잔디분과 위원으로 활약했던 전문가 김경남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는 24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교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 잔디가 한지형 잔디라 여름에 관리하기 힘들다는 서울시설공단 서울월드컵경기장운영처(운영처)의 주장을 인정했다. 하지만 상암 잔디 훼손의 결정적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았다. 핵심은 잔디 관리 운영 방법의 '후진화'였다.
김 교수는 "잔디 선진국인 유럽과 비교해 한국의 잔디 관리 인프라나 기술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 뒤 "유럽에 가장 뒤처지는 것은 운영 방법이다. 유럽의 선진화된 운영 방법과 비교해 한국은 한참 떨어진다"고 밝혔다.
자세한 설명을 이어 갔다. 그는 "잔디를 조성하는 기술은 비슷하다.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다르다"며 "유럽의 선진화된 운영 방법은 축구 경기에만 잔디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연간 20경기, 많게는 30경기 정도 치른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상황은 달랐다. 김 교수는 "한국은 2002년 월드컵 때만 잔디 퀄리티를 신경 썼고, 이후에는 그러지 않았다"며 "축구 전용 목적 외 다양한 행사에 잔디를 개방했다. 지자체의 정치적인 선심성 행보였다. 또 외부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개방할 때도 많았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어 "2002년 월드컵 직후에는 잔디를 밟지 않는 행사만 허용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현재 그 원칙은 무너졌다"며 "상암은 연간 축구 경기를 포함해 많게는 50번 정도 잔디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누적되다 보니 잔디 뿌리까지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상암은 한국의 상징적인 구장으로 '명품 구장'이 돼야 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 번째, 스케줄 조절이다.
김 교수는 "한지형 잔디는 4월과 5월 상태가 가장 좋다. 이때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며 "잔디 상태가 최악인 7월과 8월에는 최대한 경기 횟수를 줄여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 등의 조정이 필요하다. 문화 행사도 마찬가지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유럽형 선진 운영법 도입이다. 주체가 운영처든 구단이든 상관없다. 잔디 품질을 최우선 목표로 두는 것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운영 주체가 누구든지 장기적으로 선진화 운영을 추진해야 한다. 운영만 잘한다면 여름에도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다"며 "주체가 운영처라면 문화 행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잔디 품질과 수익성 중 품질에 비중을 둬야 한다. 구단이라면 전문성을 더 갖춰야 한다. 선진화로 가려면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전문성만큼 잔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