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더 열정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빛냈다.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18년 만에 부활한 연극 부문의 젊은연극상을 수상한 배우 성수연이다.
대중에겐 아직 낯설지 몰라도 그는 11년 차 베테랑 연극배우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졸업과 동시에 '직업 연극배우'로 나서며 1년에도 여러 편의 공연을 해왔다. 2015년에는 '비포 애프터'라는 작품으로 동아연극상에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했고, 올해 '액트리스원: 국민로봇배우 1호'로 백상에서 젊은연극상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성수연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에게 트로피를 안겨준 '액트리스원: 국민로봇배우 1호'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액트리스원: 국민로봇배우 1호'는 미래의 연극계에서 국민할머니가 된 원로배우 성수연의 간병 로봇으로서 그로부터 연기를 배워가며 연기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로봇을 다룬 일인극. 범상치 않은 이 연극에서 성수연은 뛰어난 상상력과 도전 의식으로 일인극의 무대를 가득 채웠다.
백상 젊은연극상은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연극의 새로운 개념과 미학적 표현을 모색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젊은'이란 생물학적인 나이의 '젊음'이 아닌 도전 의식과 과감한 시도의 '젊음'을 뜻한다. 이 상의 의미는 곧 성수연에게 걸맞은 설명이기도 하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성수연은 장애인 배우들과의 공동작업, 미디어 아트와 협업하는 등 연기의 개념과 영역을 확장시키며 최근 매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기활동을 펼쳤다"고 평했다.
트로피를 품에 안은 후 주목하는 시선은 많아졌으나 성수연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대에 서고 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연기하리라 다짐했다. 그는 "배우로 서는 무대와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 무대에 올린 '묵적지수'는 아쉽게도 낭독 공연으로 대체됐더라고요. "배우 한 분이 뛰는 장면을 연습하다 다리를 다쳐서 낭독 공연을 하게 됐어요. 앉아서 공연하니 집중이 더 쌓이기도 해서, 좋은 점도 있었어요."
-배우 성별의 구분을 두지 않는 젠더프리 연극이라 더 인상 깊었어요. "젠더프리 연극은 종종 있어왔어요. '묵적지수'가 엄청나게 특별한 시도를 한 것은 아니에요. 아무래도 연극계 미투 운동 이후, 여성배우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치부됐던 영역들에 관한 논의를 다시 하기 시작했어요. 젠더프리 또한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 그러한 시도들이 여러번 있어왔죠."
-미투 운동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변하고 있고, 더 변해야 하고요. 그전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부당한 일들에 대해 다시 점검하던 시간을 갖게 됐어요. 물론,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너무 자극적인 사건들이 터져나오다 보니 가해자들이 '별것도 아닌데 왜 그래?'라는 말들을 할까 봐 걱정이기도 해요."
-대표적인 페미니즘 소설인 '82년생 김지영'의 오디오북에서 김지영의 목소리를 맡기도 했죠. "지인의 소개를 받아 참여하게 됐어요. 제작진이 전문 성우보다는 연극배우의 목소리를 찾았고, 저와 연결이 된 것이죠. 김지영이라는 인물과 나이대도 비슷하고 하니 맡게 된 것 같아요. 겁이 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좋은 소설이고, 그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만든 것인데. '그게 뭐?'라고 생각해요."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르는 것 같아요. "쉬려고 했는데, 자꾸만 공연을 하게 되네요. 일 욕심도 적지 않은 편인 것 같고, 무대에 서는 것이 재미있어요. 무대에 서지 않을 땐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공연이라는 건 매일 생방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체력이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긴 시간 공연을 하는 것도 하는 것이지만, 무대 위에 오르면 부담감이 크게 밀려오거든요. 나중엔 부담감을 이기기 위해 마음뿐 아니라 체력이 중요해지는 때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매일 연극으로 둘러싸인 일상이네요. "그러네요. 취미도 따로 없고요. 연극도 많이 보고요."
-11년 차인데, 후배들에겐 어떤 선배인가요. "후배들과 이름을 부르면서 지내요. 언니나 선배라고 부르지 말라고 해요. 요즘 연극판에 그런 문화가 생기고 있기도 하고요. 엄격한 서열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생겼었잖아요. 서로 나이도 물어보지 않아요."
-다음 공연은 언제 볼 수 있나요. "9월 초에 신촌극장에서 새로운 공연을 할 예정이에요. 연습 열심히 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어떤 청사진을 세우고 있나요. "현재를 감사히 여기고 앞으로 많은 관객분과 만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려고 해요. 그리고 열심히 연기할 것이고요. 배우로 서는 무대와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고자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