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가 영화배우 정지훈(36)으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국민적 영웅이었던 실존 인물 엄복동으로 변신했다.
정지훈이 '알투비: 리턴투베이스'(김동원 감독·2012) 이후 7년 만에 '자전차왕 엄복동(김유성 감독)'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선수들을 꺾으며 국민적 영웅이 된 실존인물, 자전차 선수 엄복동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서 타이틀롤인 엄복동 역을 맡았다. 성실의 아이콘답게 7개월간 죽어라 자전거를 타면서 엄복동이라는 일제강점기 인물을 2019년 스크린으로 불러들였다.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배우 이범수가 제작자로 변신한 첫 작품이어서 위험 부담이 적지 않았다. 촬영 도중 김유성 감독이 하차를 선언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소동도 있었다. 엄복동의 자전거 절도 혐의가 뒤늦게 알려지며 미화 논란도 일었다. 순제작비만 100억원이 넘는 작품이지만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첫 공개된 후 조악한 CG로 혹평받기도 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정지훈은 한 점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했다. "프로이기에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호평이든 혹평이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국민적 영웅이었던 엄복동과 연예인 정지훈의 삶이 비슷한 면이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이미 광대이고 이미 대중의 장난감에 불과하다. 이 작품을 하면서 공감대는 느끼지 못했지만 비슷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김태희와 결혼도 했고 아빠도 됐는데 삶의 방식이 바뀌었나. "'앞으로 뭘 하고 싶니, 어떻게 달라질 거야?'라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싶다. 안정이 됐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졌다. 요즘 대학생들이나 아트 영화 찍는 분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내가 (그들의 작품 활동에) 좋은 요리가 되고 싶다. 유튜브에 콘텐츠를 공개하고 싶기도 하다. 나만의 연재를 하는 것이다. 어설픈 것 같아 보이는데 병맛인 그런 콘텐츠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영화를 만들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결혼 후에는 '대충 살아도 된다'는 생각도 한다던데. "예전이었으면 이런 생각을 안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살다가는 가족과의 추억이나 친구와의 추억이 없어질 것 같다. 그렇다고 대충 한다는 것은 아니다. 1년의 반은 내 삶을 살고 싶다는 이야기다. 열정을 그만 불태우자, 칼을 좀 덜 갈고 덜 하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로, 좋은 영화의 신스틸러에 도전하고 싶다. 이런 역할을 달라고 이야기하면 '네가 왜?'라고 하면서 제작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더라. 하지만 도전이 없다면 자꾸 틀에 박힌 역할만 돌고 돌면서 하게 된다. 관객들이 보면서 '비야? 정지훈이야?'라며 궁금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미 주연배우로서 자리잡았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이뤘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긴 하겠지만, 내가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그것이 변태이든 살인자이든 이상한 역할이든 상관없다. 내 취향도 그렇다. 나는 장준환 감독님의 '지구를 지켜라'를 정말 사랑한다. 황당한데 훌륭한 영화다. 박찬욱 감독님이야 말할 그것도 없고. (박찬욱 감독과 찍었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도 내가 먼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작품이다. 하고 싶은 역할을 해봤으면 좋겠다. 분량에 상관없이 한 컷만 나오더라도 도전해보고 싶다.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레인컴퍼니,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