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타이틀롤 유설옥 역을 맡은 그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생활밀착형 추리물이라는 낯선 장르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만들었다.
그간 봐왔던 최강희의 연기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로코 주인공이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아줌마로 변신했다. 러브라인 따윈 없었다. 그저 열심히 추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아줌마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강희는 사랑스러웠다. 오랜 방황 끝에 드디어 진짜 자신과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난 덕분이었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최강희는 남몰래 겪었던 우울증부터 '추리의 여왕'으로 변한 자신의 성격까지 솔직히 털어놨다. -마지막회는 어떻게 봤나.
"쫑파티하면서 대충 봤다.(웃음) 부어라 마셔라 하느라 잘 들리지도 않았다. 마지막회가 주는 큰 의미가 없다. 다 끝났으니까."
-마지막회에서 시즌 2에 관한 암시를 줬다.
"조금 준 게 아니다. '작가님이 혼자 시즌 2를 생각하고 쓴 건가. OK가 돼서 감독님도 아시는 건가. 열린 결말일까. 수습이 안돼서 그렇게 쓴 건가' 우리끼리 이야기나누기도 했다. 시즌 2를 하게 된다면 참여할 거다. 시즌 2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쫑파티를 하면서도 다들 하기로 약속했다. 암묵적 동의는 된 상태다. 다른 등장인물이 바뀐다고 하면 마음이 되게 아플 거다. 그러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시즌2까지 의기투합할만큼 현장 분위기가 좋았을 것 같다.
"사이좋은 친구들처럼 편안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좋았다. 이런 현장은 처음이다. 촬영 스케줄에 쫓기다보면 예민해지기 쉬운데, 그런 사람이 없었다. 일단 권상우가 성격이 정말 좋다. 감독님도 조금 특이하다. 처음부터 눈치 챘었어야 하는데.(웃음) 캐스팅하면서 처음에 '강희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감독님은 작은 문제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거는 스타일이 아니다. 사랑스럽다. 얼굴은 범인처럼 생겼는데.(웃음) 고마웠고 너무 좋았다.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쉬운 점은 없었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나는 나에게 냉정한 편이다. 내가 못한 건만 들추는 스타일이고. 이번 드라마를 하며 나에게 좀 관대해졌다. 감독님이나 권상우나 모두가 좋은 영향을 줬다. 마음이 편해졌다. 난 사실 어릴 때부터 큰 꿈이 없는 사람이었다. 연기가 무섭지도 않고 안 해도 상관없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천재인줄 알던 때도 있었고. 그러다 성인 연기를 하면서 전문가들이 붙기 시작했고, 내가 수준 미달처럼 느꼈졌다. 기준치가 높아져 있는 상태에선 행복하지 않더라. 자책을 많이 했다. 그래서 외로웠다. 그런데 '추리의 여왕' 촬영장은 실수를 해도 코 한번 파고 다시 하면 되는 거다.(웃음) 나도 실수를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고 웃다가 촬영에 들어갔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같은 드라마다. 마음이 청소년 드라마할 때로 돌아간 것 같다."
-배우들 성격이 좋았던 것 같다.
"(김)현숙씨는 (김)숙이 언니랑 같이 있는 것 같았다.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이 촬영장엔 상대가 연기를 잘 했을 때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자기가 먼저 잘하고 싶은 사람이 집중돼 있는 현장도 많거든. 상우씨는 한류스타 느낌이었는데 소탈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