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가 실패로 돌아갔다. 22년 만에 10연패로 이어졌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가 표류하고 있다.
롯데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의 원정 주중 3연전 2차전에서 3-5로 석패했다. 롯데는 2003년 4월 이후 약 22년 만에 10연패를 당했다. 롯데는 시즌 55패(4무 58패)쨰를 기록하며 6월 11일부터 지켜낸 3강 자리를 이날 KT 위즈에 승리한 SSG 랜더스에게 내줬다.
롯데 선발 투수 나균안은 2회 말 선두 타자 오지환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후속 구본혁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이어진 상황에서 우익수 고승민이 펌블을 범하며 2루 진루를 허용했고, 이주헌에게 희생번트까지 내주며 3루 진루를 막지 못했다. 나균안은 박해민을 1루 땅볼 처리했지만 그사이 구본혁이 홈을 밟았다.
롯데 타선은 3회 초 공격에서 역전했다. 1사 뒤 손호영과 고승민이 LG 선발 투수 손주영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얻어냈고, 후속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역전 스리런홈런을 때려냈다. 초반 기세는 롯데가 오히려 앞섰다.
나균안은 3회 말 선두 타자 오스틴 딘에게 볼넷을 내준 뒤 5회까지 9ㅇ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3-2로 앞선 채 맞이한 6회 말 선두 타자 문보경과 후속 김현수도 각각 삼진 처리했다.
이 상황에서 이날 경기 첫 번째 승부처가 나왔다. 나균안은 2회 홈런을 맞은 오지환과의 승부를 신중하게 펼쳤지만, 불카운트에서 구사한 7구째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며 볼넷 출루를 허용했다.
이때까지 나균안의 투구 수는 84개였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투수를 셋업맨 정철원으로 바꿨다. 반드시 리드를 지켜내겠다는 의지였다. 나균안이 좋은 페이스를 보여준 게 사실이지만, 후속 타자 구본혁과의 2·4회 승부에서 각각 안타와 장타성 타구를 허용했다. 4회 맞은 타구는 우익수 고승민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3루타로 이어질 궤적을 그렸다.
이유 있는 교체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 계산과 의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철원은 구본혁과 승부에서 오지환의 2루 도루를 허용했고, 이어진 승부에선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3-3 동점. 자책점은 나균안의 몫이었다.
롯데 불펜도 강하다. 하지만 LG는 더 강하다. 롯데 타선은 8월 내내 얼어붙었고, LG 타선은 올 시즌 가장 뜨거웠다. 결국 롯데는 버티지 못했다. 정철원은 7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신민재에게 내야 안타, 천성호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1·3루에 놓였고, 바뀐 투수 최준용은 오스틴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3-4로 역전 당한 롯데는 8회 말 수비에서도 2사 뒤 등판한 윤성빈이 구본혁에게 볼넷, 대타 박동원에게 좌전 2루타를 허용하며 추가 1실점했다. 롯데는 3-5, 2점 차 리드를 내준 채 맞이한 9회 초 공격에서 득점에 실패하며 연패를 끊지 못했다.
나균안은 이 경기 전 7경기 연속 5이닝 이상 막아내며 4자책점 이상 기록하지 않았다. 이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결국 결과론이다. 나균안을 빨리 교체한 선택, 정철원을 구본혁에게 붙인 선택 모두 빗나갔다.
연패를 끊으려는 김태형 감독의 의지는 지난 17일 홈(부산 사직구장)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강하게 드러났다. 롯데는 1-3으로 지고 있었던 7회 말, 8월 들어 한 이닝 최다 득점(6)을 해내며 7-3으로 역전했다. 하지만 8회 초 좌완 셋업맨 홍민기가 볼넷을 허용했고, 다시 바뀐 투수 정현수는 리그 타율 톱3 타자 김성윤을 범타 처리했지만, 삼성 간판타자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준 뒤 르윈 디아즈에게도 우전 안타를 맞고 만루에 놓였다.
이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투수 김원중을 투입했다. 4점 차 리드였지만, 팀이 8연패에 빠진 상황이었고, 어떡하든 리드를 지켜내려 했다. 하지만 김원중은 첫 타자 김영웅과의 승부에서 동점 만루홈런을 맞았다.
김원중은 9회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야수 실책으로 박승규의 출루를 허용한 뒤 김성윤에게 2루타를 맞고 다시 위기에 놓였다. 구자욱을 고의4구로 내보냈지만 디아즈에게 적시타를 맞고 추가 1실점했다. 롯데는 9회 말 '교타자' 황성빈이 동점 솔로홈런을 치며 간신이 8-8 동점을 만든 뒤 추가 실점·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뒀다.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이유가 명확하다. 다른 팀 경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유의 운영도 김 감독의 확신 섞인 직관에서 비롯된 것. 그는 그렇게 두산 베어스를 7년(2015~2021)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고, 부임 2년 차인 올 시즌 개막 전 주목받지 못했던 롯데를 전반기 3위로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가 가장 큰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잘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조바심도 엿보인다. 20일 LG전 3-4, 1점 지고 있었던 8회 초 선수 기용이 그랬다. 김 감독은 선두 타자 레이예스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바로 대주자 장두성을 내세워 반드시 동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선택도 빨라 보였다. 결과적으로 득점에 실패했고, 가장 날카로운 칼을 쓸 수 없게 됐다. 만약 3-5 2점 차로 돌입한 롯데의 9회 초 공격에서 레이예스 타순(4번)까지 공격이 이어졌다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결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