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시리즈 4차전 후 만난 이승민이 모자를 벗어 자신의 챙에 적힌 문구를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등번호인 28번과 함께 '버텨내자, 이승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신인 투수 장찬희가 써줬다고 한다. 대구=윤승재 기자
'버텨내자.'
삼성 라이온즈 투수 이승민의 모자 챙에는 특별한 네 글자가 적혀 있다. 부진에 빠져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후배 장찬희가 직접 적어준 응원의 메시지다. 짧지만 강렬했던 한마디는 이승민이 다시 일어서는 데 큰 힘이 됐다.
이승민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을 마치고 모자 챙에 적힌 문구에 얽힌 사연을 공개했다.
이승민은 "(장)찬희가 적어줬다"며 웃었다. 그는 "시즌 막판에 당시 야구가 너무 안 풀렸다. 이것저것 바꿔보려고 했고, 모자도 새것으로 바꿨다. 찬희와 라커룸에서 옆자리를 쓰는데, 그때 새 모자에 이 한마디를 적어줬다"라고 돌아봤다.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배찬승-원태인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고 있는 장찬희-이승민(왼쪽). 잠실=윤승재 기자
장찬희가 적은 문구는 '버텨내자'였다. 거창한 응원도, 긴 위로도 아니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선배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후배의 진심이 담긴 네 글자였다.
이승민은 "그 말을 보고 '진짜 동생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꼭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그 덕분에 잘 버티면서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승민은 올 시즌 삼성 불펜에서 가장 바쁜 투수였다. 정규시즌 74경기에 등판해 68이닝을 소화했다. 삼성 불펜 투수 중 최다 경기, 최다 이닝을 던진 투수다.
삼성 이승민. 삼성 제공
가을야구에서도 이승민의 투혼은 계속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에선 5경기 모두 등판해 5⅓이닝 1실점으로 활약했다.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에서도 4차전까지 3경기에 나서 3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중이다.
정규시즌부터 쌓인 피로가 상당할 법도 하지만, 이승민은 가을에도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지고 있다. 과거 삼성 왕조 시절 마운드에서 헌신하며 '국민 노예'라는 별명을 얻었던 정현욱을 떠올리게 하는 활약이다.
이승민의 모자 챙에 적힌 문구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공교롭게도 이날 4차전은 장찬희가 선발로 나서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승민이 마지막 투수로 나와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확정했다. '불펜데이'에서 두 선수가 잘 '버텨 준' 덕분에 팀도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 수 있었다.
'버텨내자.'
후배가 건넨 짧은 응원 한마디. 이승민이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