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김소현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제공)
꾸밈없이 지긋이 바라볼 때 오히려 낯설다. 아역 출신으로 데뷔 19년 차를 맞은 배우 김소현이 ‘연애박사’를 통해 자신의 연기 세계를 또 한 번 넓혔다.
김소현이 출연 중인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는 고등학교 때 수영선수였지만 병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와 진로를 잃고 방황하다 새로운 길에 들어선 석사과정생 임유진(김소현)의 이야기다.
시청률은 아직 2.4%(2회,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지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안판석 감독이 연출한 마지막 로맨스란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멜로 수작 ‘졸업’ ‘봄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을 통해 나이 차가 나는 연상 여성과 연하 남성 구도를 주로 그렸으나, ‘연애박사’에선 20대 후반 또래의 ‘미완성 청춘’ 대학원생들을 들여다봤다.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김소현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제공) 김소현도 정려원, 한지민, 손예진이 닦은 ‘안판석 여주’와는 다른 인물을 그리고 있다. 극중 임유진은 의류학과에서 과탑을 할 정도로 모범생이지만 고생을 자초하는 대쪽 같은 성향이다. 학교란 작은 사회에서 교수의 갑질, 위계 성추행 등 불의에 맞서다 본인의 앞길을 막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먹으면 직진해 전개를 리드한다. 우연으로 얽힌 박민재를 따라 로봇공학으로 진로를 틀고, 술에 취해 먼저 입을 맞추면서 2회 만에 로맨스에 가속도를 붙인다. 이는 극본을 맡은 민효정 작가의 전작 ‘풀하우스’ ‘옥탑방 고양이’ 속 당돌한 여주의 향수도 건드린다.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김소현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제공) 이같은 임유진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 중 1순위가 김소현이었다는 캐스팅 비화가 알려졌듯, 김소현은 지난해 ‘굿보이’를 비롯해 대표작 ‘달이 뜨는 강’ ‘좋아하면 울리는’ 등을 통해 보여줬던 안정적인 ‘연기’보다도 자연스러운 표정을 꺼냈다.
극의 초반, 임유진이 모범생의 길을 벗어난 뒤 “자유롭고 부평초 같은 인생이 된 것이죠. 어때요?”라며 헛웃음을 지을 때부터 전에 없던 낯선 얼굴을 내비치더니 인물을 응시하는 듯 긴 호흡의 화면에서, 박민재의 언행에 일희일비하는 임유진의 반응을 미세한 표정 조절로 담아냈다.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김소현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제공)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김소현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제공) 할 말을 큰 눈에 꾹 눌러 담아 눈빛으로 쏟아낼 때 더욱 감정이 크게 전달됐다. 임유진의 시선이 주가 된 3회는 김소현이 끌어낸 카타르시스가 컸다. 의식해 본 적 없던 박민재의 장애를 타인을 통해 실감한 뒤, 그에게 운동화를 선물하며 직접 의족에 신겨주다 울컥하는 장면은 김소현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도 시청자의 감정을 함께 고조시켰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김소현이 대본 리딩 당시 보여줬던 연기 톤보다도 더욱 깊은 연기가 완성본에 담겼다. 현장에서 안판석 감독과의 상의와 디렉팅을 통해 해석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