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뮤지컬 ‘건전지 엄마’ 이소은 작가(왼쪽), 오선화 프로듀서. (사진=NHN링크 제공) “‘건전지 엄마’ 책을 읽고 바로 다음 날 제가 대본을 쓰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싱어송라이터 이소은이 내년 1월 2일 이화여자대학교 ECC 영산극장에서 개막하는 가족뮤지컬 ‘건전지 엄마’를 통해 극 작가로 변신한다.
‘건전지 엄마’는 어린이집 교사인 동구 엄마와 건전지 엄마의 일상을 통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든 어머니를 응원하는 작품이다. ‘건전지 아빠’의 후속작으로 나온 이 원작 그림책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 아빠 편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족뮤지컬로 재탄생한다.
1998년 데뷔 후 ‘서방님’, ‘오래오래’, ‘키친’, ‘부탁’, ‘닮았잖아’ 등 히트곡으로 큰사랑을 받고, 미국에서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에세이를 내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오랜만에 새 앨범 ‘이소은 시선 – 노츠 온 어 포엠’을 발표하며 다시 뮤지션으로 나선 변화무쌍한 커리어를 떠올려보면 그의 이번 도전은 결코 무모하지 않고 그저 반가울 따름인데,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이소은 작가는 작품에 참여하기까지 “고민의 시간은 없었다”고 단언하며 눈을 반짝였다.
작가가 ‘건전지 엄마’에 참여하게 된 건 인연 그리고 이끌림이다. “2년 전, 제가 동시 앨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오)선화 부장님(NHN링크 콘서트사업팀)이 ‘인애(딸)에게 읽어주면 좋겠다’며 책을 들고 녹음실에 오셨어요. 왠지 모르게 직감이 왔는데, 녹음을 마치고 돌아가 책을 보고선 다음날 바로 제가 대본을 쓰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엄청난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닌데도 이상하게 스토리가 그려져서 대본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이소은 작가)
당시 오선화 프로듀서는 ‘건전지 아빠’ 뮤지컬 작업에 한창인 와중이었다. “(이)소은씨가 ‘시선’ 앨범을 준비하고 있을 때라, 딸에게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선물로 줬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날 전화가 와서, 대본을 쓰겠다 하더라고요.” 오 프로듀서는 “사실 놀랐는데, 아주 놀랍진 않았다. 소은씨가 아주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인 걸 알고 있어서였다”고 웃으며 “아이 키우고 육아에 대해 얘기 나눴던 것들이 담기면 진정성 있게 잘 표현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족뮤지컬 ‘건전지 엄마’ 이소은 작가(왼쪽), 오선화 프로듀서. (사진=NHN링크 제공) 그길로 곧바로 대본 트리트먼트 작업에 들어간 이소은 작가는 ‘극 작가’로 당당히 ‘건전지 엄마’ 프로젝트에 입성했다. ‘이소은 시선 – 노츠 온 어 포엠’을 통해 그 자신의 따뜻한 시선과 부모와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한 후라 ‘건전지 엄마’ 팀과 이소은 작가의 감정적 시너지는 배가됐다.
‘건전지 엄마’ 작업 참여가 확정되기 전, 이 작가는 지난해 성황리에 무대에 오른 ‘건전지 아빠’를 세 번이나 관람했다. “각 회차마다 관람 포인트가 달랐어요. 처음에는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을 느끼고 싶었고, 두 번째는 어떤 포인트에서 나에게 다가올지 느끼고 싶었죠. 그리고 세 번째는, 연출적인 표현을 집중해 봤어요.”(이소은 작가)
당시 작가는 작품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고도 했다. 그는 “인애(딸)가 아픈 상황이었는데 앨범 발매 후 이어진 공연 연습과 스케줄 등으로 옆에서 잘 챙겨주지 못했었다. ‘나는 인애를 위해 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인애를 위해 만든 앨범을 알리기 위해 인애를 두고 나왔구나’ 하는 생각에 극중 엄마아빠와 함께 있고싶어 하는 동구의 심정에 감정이입이 많이 돼 눈물이 났다”고 당시 눈물을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이소은 작가는 “나는 나의 딸이, 꿈이라는 건 계속 꿀 수 있는 거라는 걸 느끼면 좋겠다. 나는 우리 엄마를 보며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엄마는 늘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하셨고, 엄마의 삶 자체로 영감을 주셨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내가 일반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 엄마이기 때문에 놓치는 것도 있겠지만, 그게 충분히 다른 걸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내가 엄마를 보며 그랬듯이, 우리 딸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덧붙였다.
글쓰기 작업을 누군가와 협업해 본 적이 없던 작가에게 ‘건전지 엄마’ 프로젝트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작가는 “아티스트들끼리의 작업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창작 크리에이티브 팀 안에는 서로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분위기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더라. 나도 내 주장이 강한 편인데, 이번 작업 과정을 통해 많은 걸 배웠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대본의 ‘난이도’에 대해서도 치열한 고민을 나눴고, 궁극에 아이들이 작품을 보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는 걸로 결론을 냈다고도 했다. 이 작가는 “가족극이지만, 아이의 눈높이를 생각한다고 너무 쉽게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하고 느낀다는 걸 알고 있다. ‘라이언킹’ 같은 작품만 봐도, 아이들이 그 작품의 울림을 모르고 지나치는 건 아니지 않나”면서 “아이의 눈높이와 어른의 눈높이의 차이를 두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간극을 좁혀주고 같이 느낄 수 있는 걸 만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족뮤지컬 ‘건전지 엄마’ 오선화 프로듀서(왼쪽), 이소은 작가. (사진=NHN링크 제공) 실제로 어린 자녀를 둔 ‘엄마’인 두 사람이 ‘건전지 엄마’ 작업을 하며 느낀 지점도 특별했다.
“책은 ‘우리 엄마는 못 하는 게 없어, 우리가 심심할 때나 아플 때, 언제나 달려와’라는 내용으로 시작돼요. 이걸 보는 순간, ‘우리 아이들이 (엄마를) 믿어주는 것만큼,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믿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들도 한 사람의 성장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의심하고 두려울 수도 있는데 대개 우리는 부모나 프로가 되면 그런 모습을 누르고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해’라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곤 하잖아요. 그런 솔직한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어 엄마도 저런 생각을 하네?’라고, 아이들도 공감대를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또 극중 동구엄마는 일하는 엄마지만,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열심히 일하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인물 안에 투영된 내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죠.”(이소은 작가)
극중 동구엄마의 직업이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설정된 지점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요즘은 어린이집 선생님의 노고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인데, 선생님들도 또 다 누군가의 엄마라는 걸,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했어요. 아이를 낳고, 일을 하고.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우리 모두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싶었죠. 사실 우리가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음에도 사회적으로는 너무 안 좋은 사건들만 부각되고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일상을 책임지는 노고는 너무 숨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우리 공연을 보고 한번쯤 나를, 주위의 고마움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오선화 프로듀서)
마음과 결이 꼭 닮은, 두 사람이 각자 작품 활동에서 갖고 있는 철학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누가 먼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듣고 싶고 내가 읽고 싶은 걸 만드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트렌디하지 않아도, 유행하는 게 아니어도, 그래야 진정한 게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듣고 싶은 걸 내가 만드는 것. 저는 항상 그 마음으로 모든 걸 하죠. 그래서 어떤 결과와 상관없이, 엄청 뿌듯하고 소중한 작품을로 제 마음에 남아있고, 너무 자랑스러워요. 나의 가치관이 투영된 걸 하면, 그건 나의 코어니까. 20년이 지나도 그건 바뀌지 않으니까 보고 듣는 분들이 느끼시기에도 오래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이소은 작가)
“그동안 여러 콘서트를 기획하고 진행했지만 가족뮤지컬은 ‘건전지 아빠’가 처음이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든 생각은 ‘진심은 통한다’는 것. 그리고 ‘문화는 삶’이라는 거였어요. 우리 작품 후기 중 제일 좋았던 게, 단순히 뮤지컬을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아빠를 한 번 더 안아준다거나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작품을 보고 느낀 감정이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반영되는 거죠.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삶에 녹아들 수 있는, 삶은 문화죠.”(오선화 프로듀서)
가족뮤지컬 ‘건전지 엄마’. (사진=NHN링크 제공) 특히 이 작가는 30년 가까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며 대중과 교감하고, 신뢰를 더해가며 만들어진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돌아봤다.
“아티스트 여부를 떠나 일을 하는 사람이 꾸준히 한 길에서 노력을 하고, 작지만 하나씩 쌓아가는 게 아름다운 삶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아이가 있기 전부터 키즈 미디어에 관심이 있었고 관련한 작업을 해왔죠. 앞으로도 ‘이소은이 가족과 관련된 스토리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거나, ‘이소은이 참여한 작품은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그런 이미지나 문화가 만들어지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어떤 작가분들의 작업물을 보면 되게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게 있는데, 저도 그 속에서 제 꿈을 펼쳐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실제 대본 작업을 한 건 ‘건전지 엄마’가 처음이었지만, 습작으로 해놓은 것도 많고, 각본도 써보고 있어요. 그런 연습들을 지난 6~7년 동안 꾸준히 해왔는데 그런 꾸준한 도전이 저 스스로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해요.”(이소은 작가)
인터뷰 말미에는 거침없이 도래하고 있는 AI 시대에 ‘인간다움’의 가치가 더 각광받을 것이라는 믿음도 전했다. 그는 “AI가 세상을 완전히 바꿔가고 있는 시대가 대단하면서도, 우려되는 지점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진짜 중요한 가치는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걸 많이 느낀다”며 소신을 밝혔다.
“인간만이 전할 수 있는 감성, 공기, 관계. 그런 것들이 이런 가족극에서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죠. 아무리 아이들이 gpt와 가까워진다 해도, 이런 공연, 문화생활 하는 건 온전히 인간이라야만 가능한 건데 그게 엄청난 가치라고 생각해요. 그런 작업이 한 아티스트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해요.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일이죠.”(이소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