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KIA 마무리 투수 이의리가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키움 김재현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6.8.23 [연합뉴스]
왼손 투수 이의리(24·KIA 타이거즈)가 마무리 투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야 할 통과의례를 경험했다. 이제 그가 보여줘야 할 것은 다시 일어서는 힘, 이른바 '회복탄력성'이다.
이의리는 지난 23일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이날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7-2로 앞선 9회 말 1사 만루에서 등판한 그는 3분의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3실점 패전 투수가 됐다. 7-4로 앞선 2사 만루에서 허용한 김재현의 끝내기 그랜드슬램이 뼈아팠다. 김재현의 시즌 타율이 1할(10타수 1안타), 2022시즌 이후 홈런이 없었다는 걸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인 한 방이었다.
최근 마무리 투수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던 이의리의 투구 모습. KIA 제공
지난 11일부터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바꾼 이의리에게 첫 좌절이었다. 올 시즌 개막 2선발로 출발한 이의리는 기복 있는 투구로 선발 자리를 내놓았다. 불안한 제구를 다잡기 위해 시즌 중 일본 단기 연수까지 다녀온 그는 팀 복귀 후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이후 예상 밖의 활약을 펼치며 빠르게 입지를 넓혔고, 결국 마무리 투수 자리까지 꿰찼다. 23일 키움을 상대하기 전까지 불펜으로 나선 11경기 평균자책점 1.35로 수준급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 21일 "지금은 의리가 뒤에서 버텨주니 앞에서 던지는 선수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던질 수 있다. 그 부분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너무나 좋은 피칭을 해주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팔꿈치 수술 이력과 보직을 시즌 중간에 바꿨다는 점에서 KIA 코칭스태프는 '이의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감독도 "3연투를 해야 할 상황이 분명히 오겠지만 웬만하면 안 시키려고 한다.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KIA 마무리 투수 이의리가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키움 김재현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6.8.23 [연합뉴스]
KIA는 올 시즌 마무리 투수를 크게 두 번 교체했다. 정해영이 부진으로 흔들리자, 성영탁에게 보직을 맡겼고, 성영탁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 자리를 이의리가 채웠다. KIA는 다른 대안을 찾기보다 이의리에게 계속 중책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의리에게 필요한 것은 '끝내기 패배'의 충격을 어떻게 털어내느냐다.
마무리 투수는 한 경기의 결과가 곧바로 팀의 승패로 이어지는 자리다. 아무리 좋은 구위를 갖춘 투수라도 위기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고,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힘이 필요하다. 이의리가 '회복탄력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