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 순풍을 탔다. ENA 새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가 주연배우 이재욱의 군 공백기 속 초반 시청률 호성적을 받았다. ‘사람 냄새’ 나는 주제가 직전 편성작 ‘허수아비’로 확보한 채널 시청층을 흡수하는데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첫 방송한 ‘닥터 섬보이’는 인기 웹툰 ‘존버닥터’를 원작으로, 공중보건의사 도지의(이재욱)가 악명 높은 섬 ‘편동도’에 입도하며 간호사 육하리(신예은)를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ENA 월화드라마 역대 첫방송 최고 수치인 4.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로 출발한 뒤, 2회 만에 5%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는 ENA 월화드라마 역대 흥행 1위를 새로 쓴 직전 작 ‘허수아비’의 동기간 추이보다 빠르다. 최종회 8.1%를 기록했던 시청자의 절반가량을 채널 고정 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재욱이 지난달 18일 군 입대하면서 홍보 차원에서 초반 화제성 형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닥터 섬보이’는 작품 자체의 매력으로 정면 승부를 봤다.
그동안의 의학 드라마에서 드물던 공중보건의사가 소재란 점이 차별화의 첫 단추를 끼웠다. 실제 이재욱의 군 입대와 공교롭게 맞물려 공보의가 전투 훈련를 받는 극적인 장면으로 출발한 이야기는 휴먼과 로맨틱 코미디, 두 장르를 독특하게 아울렀다.
도지의의 아주 진중한 1인칭 시점과 육하리가 본 사건의 유쾌한 진상이 어긋나면서 오는 아이러니한 웃음이 이에 해당한다. 바다에 트라우마가 있는 도지의가 육하리를 구하러 물에 기꺼이 뛰어든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진정제 약 기운에 취한 그를 육하리가 업고 보건지소까지 걸어왔단 장면은 최근 젊은 여성 시청자가 선호하는 로맨스 구도도 성취했다.
보건지소를 찾은 가지각색 환자들과의 진정성 넘치는 에피소드도 “볼만한 의학 드라마가 왔다”는 반가운 감상을 끌어냈다. 전문 의료인력이 부족한 도서산간 지역의 고령 환자들은 의료법보단 생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고려 받는 느슨한 진료를 받다가, 사회초년생답게 원리원칙을 우선하는 도지의의 발령으로 마찰을 빚는다.
그러나 도지의는 사람을 대하는 건 서툴러도, 정확하게 이장 박춘식(우현)의 심근경색 징후를 포착하는가 하면, 대리 처방을 안 해줬다고 진상 부리는 이장수(김기천)가 술에 취해 거울을 깨더라도 묵묵히 봉합 수술을 진행하는 책임감을 보여주며 울림을 줬다.
도지의와 동행을 시작한 육하리 또한 마냥 발랄한 인물이 아닌, 자신의 상처에서 비롯된 타인에 대한 진심 어린 공감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에 ‘인류애’를 여러 스푼 첨가했다. 그를 연기한 신예은은 도도한 ‘깍쟁이’ 느낌들의 전작을 지우고, 서글서글한 끼가 가득하면서도 이면의 그늘을 표현해내며 또다시 ‘인생캐 경신’을 예감하고 있다.
원작 제목에도 들어간 ‘존중하며 버티기’가 곧 작품의 무기다. 앞서 ‘허수아비’가 1980년대의 폭력적인 단면 속 잊어서는 안 될 사람들을 묵직하게 그려냈다면, ‘닥터 섬보이’는 동시대 청년의 초상을 소소한 웃음과 달달한 로맨스를 곁들여 따뜻하게 품어낸다.
이명우 감독은 “메디컬 드라마의 옷을 입고 있지만, 지금 이 시대를 버티고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며 “직업도 상황도 다르지만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직면해 있는 나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공감이 가장 솔직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차별점을 짚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