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스틸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수상은 불발됐지만,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향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이제 대중의 시선은 오는 7월 예정된 국내 개봉에 쏠리고 있다.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2016)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비무장지대(DMZ) 인근 호포항에서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출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출장소장 범석과 동네 사냥꾼 성기, 후배 성애 등이 마을을 덮친 기괴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는 게 골자다.
영화는 밀도 높은 스릴러로 포문을 열어 액션과 SF의 영역으로 거침없이 확장하며 장르의 통념과 경계를 완전히 허무는 전위적인 시도를 감행한다. 나 감독은 그간 천착해 온 묵직한 주제 의식과 거대 담론 대신, 압도적인 장르적 에너지와 속도감에 방점을 찍고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충무로와 대중이 신뢰하는 독보적인 배우진의 진용은 국내 흥행을 견인할 가장 강력한 열쇠다. 나 감독과 ‘곡성’에서 호흡한 황정민이 출장소장 범석 역을 맡아 극 전반을 이끌고, 조인성이 거칠고 날 선 매력의 마을 청년 성기, 정호연이 범석의 후배 성애로 분해 극에 다채로운 층위를 더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캐머런 브리튼 등이 외계 생명체 캐릭터로 가세해 세계관 확장에 힘을 보탰다.
제작진의 면면도 독보적이다. 카메라는 ‘설국열차’, ‘곡성’, ‘기생충’ 등을 담은 홍경표 촬영감독이 잡아 독창적인 미장센을 선보인다. 음악감독으로는 ‘겟 아웃’, ‘어스’, ‘놉’을 통해 현대 호러·스릴러 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마이클 에이블스가 참여해 청각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장르적 쾌감에 대한 증명은 이미 끝났다. 앞선 17일 월드 프리미어로 영화가 공개된 후 외신은 앞다퉈 극찬을 쏟아냈다. 더랩은 ‘호프’를 “액션, 호러, SF를 자유자재로 도약하는 거장다운 괴수 영화”라고 칭하며 “러닝타임 내내 에너지를 잃지 않는 짜릿한 액션 질주를 선보인다”고 호평했다.
할리우드리포터 역시 “터보 엔진처럼 폭주하는 짜릿한 재미의 향연”이라며 “정교한 카메라워크, 심장을 두드리는 음악,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속도감, 그리고 선명하게 그려진 캐릭터들로 단번에 관객을 끌어들인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을 워밍업으로 보이게 한다. 2시간 40분 동안 아찔하게 페달을 밟는다”고 극찬했다.
물론 시각특수효과(VFX)의 미완성도와 철학적 깊이의 부재를 지적하는 냉정한 평가도 존재한다. 스크린데일리는 “괴물들이 등장할수록 VFX의 한계가 드러난다”고 꼬집었고, 버라이어티 또한 “‘호프’는 거의 의도적으로 깊은 주제 의식이나 정치적·철학적 의미를 배제한 작품처럼 보인다”며 “저속한 유머와 형편없는 컴퓨터그래픽(CG)”이라고 혹평했다.
다만 VFX를 비롯한 기술적 완성도는 현재 진행 중인 후반 작업을 통해 국내 개봉 전까지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질 전망이다. 실제 나 감독은 칸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나 “(공개 후) 미진한 부분이 많이 보여서 밤새워 회의했다. 지금도 서울에서는 계속 후반 작업 중”이라며 “(국내 개봉까지) 한 달 반 정도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손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호프’의 하이브리드성이 한국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영화에 활력이 있다. 상호텍스트성 또한 풍부하지만, 기시감 어린 상투성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평했다. 이어 “개봉 전까지 얼마나 추가로 다듬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흥행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