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다큐멘터리 3일’이 4년 만의 복귀와 동시에 뜨거운 화제성을 증명하고 있다. 반복되는 포맷의 예능도, 쇼트폼에 욱여넣은 자극적인 영상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할 뿐인데, 시청자들은 “우리가 기다린 게 바로 이것”이라며 두 팔 벌려 환호하고 있다.
◇ 10년 전 약속이 쏘아 올린 ‘기적의 귀환’
사진=KBS2 ‘다큐멘터리 3일’ 캡처 2007년 첫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 3일’)은 2022년 코로나19 여파와 초상권 인식 변화 등의 이유로 15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잊혀 가던 프로그램을 다시 불러낸 건 찰나의 ‘약속’이었다. 2015년 ‘내일로 기차여행’ 편에서 만난 두 대학생이 “10년 뒤인 2025년 8월 15일 오전 7시 48분, 같은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던 기약이 온라인상에서 다시금 불붙기 시작한 것. 제작진은 이에 응답하듯 특별판을 편성해 대중의 여전한 관심을 확인했고, 이를 발판 삼아 2026년 ‘다큐 3일’의 부활을 공식화했다.
◇273번 버스, 적막을 깨고 터져 나온 청춘의 온기
사진=KBS2 제공
지난 6일, 복귀 후 첫 방송은 14년 전 방문했던 273번 버스를 다시 한번 조명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훌쩍 넘긴 시간, 버스 안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활기보다는 적막이 감돌고, 승객들의 시선은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 아래로 고정됐다. “인터뷰가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스치던 찰나, 적막을 깬 건 결국 사람의 온기였다.
사진=유튜브 채널 ‘KBS 한국방송’ 캡처 목소리가 쉰 신입 유치원 교사부터 보컬을 전공한 버스 기사, 마흔이 되어서야 첫 월급을 드릴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는 대학원생, 데이트의 끝이 아쉬워 눈물짓는 예비 신랑까지. 달라진 시대상 속에서도 청춘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마다의 인생 페이지를 선뜻 공유했다. 특히 “선배와 밥 약속이 한 번도 없었다”는 홍익대 신입생 병재 씨의 말에 앞자리 고학년 선배가 “내가 사주겠다”며 SNS 아이디를 건네는 장면은 그 어떤 연출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울림을 안겼다.
시청자들은 “사실 우리는 누구보다 이런 소통의 순간을 갈구해온 게 아닐까”라며 호응했다. ‘다큐 3일’이 왜 이 시대에 여전히 건재해야 하는지 그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유튜브 하이라이트 영상 ‘흔들리며 갑니다 – 다시 273번 버스 72시간’의 조회수는 도합 100만회에 육박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보검 목소리’ 타고 상승세… 유연하게 스며드는 24부작
사진=IS포토, 유튜브 채널 ‘KBS 다큐’ 캡처 718회, 돌아온 ‘다큐 3일’의 두 번째 시선이 향한 곳은 ‘진해 군항제’를 준비하는 해군 군악대와 의장대였다. 축제의 꽃인 군악대는 웅장한 선율로, 의장대는 절도 있는 제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앳된 얼굴엔 ‘풋풋함’이 가득한 영락없는 청춘들이었지만, 오차 없는 정교한 동작에서는 그간의 치열한 연습량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날 내레이션은 해군 669기 예비역 선배인 배우 박보검이 맡아 진정성을 더했다. 시청률 역시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3.2%를 기록, 직전 회차(2.3%)보다 소폭 상승하며 기분 좋은 흐름을 탔다.
다시 기지개를 켠 ‘다큐 3일’은 총 24부작으로 편성된다. 제작진 내부에서는 시청률 면에서 조금 더 탄력이 붙길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무엇보다 ‘다큐 3일’이라는 브랜드가 젊은 층 사이에서도 높은 인지도와 호평을 얻고 있다는 점에 고무적이라는 전언이다.
다음 회차인 ‘영남 산불 1년 뒤’ 편은 강승호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는다. 이후 회차들 역시 주제의 무게감과 성격에 맞춰 최적의 내레이터를 섭외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큐 3일’은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고정된 틀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적 흐름과 트렌드를 유연하게 반영하며 시청자 곁으로 스며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