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소년들’ 등을 통해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통찰해 온 정지영 감독이 이번엔 제주 4.3사건으로 관객을 찾는다.
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내 이름은’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정지영 감독과 배우 염혜란, 신우빈, 최준우, 박지빈이 참석했다.
‘내 이름은’은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이름을 버리고 싶어 하는 18세 소년과 이름을 지키고 싶어 하는 어멍(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날 정지영 감독은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다. 근데 다른 분이 할 거라고 생각했다. 또 4.3 사건을 다루다 보면 남북 이데올로기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 전작해서 한 걸 다시 언급하는 걸 피해보자는 생각에서 안 하려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4.3 평화재단에서 당선된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이름을 찾아간다는 아이디어가 참 좋았다. 제작사에서 이를 소재로 고쳐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렇게 하게 됐다. 이 아이디어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출발해서 2년 동안 고쳤다”고 설명했다.
연출 주안점을 놓고 “4.3 사건을 전면적으로 다루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다. 금기시하던 게 풀렸지만, 많은 분이 아직 잘 모른다”며 “그래서 공론화되기 시작한 1998년도를 주무대로 4.3을 찾아가 보면 관객이 이 사건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볼 수도 있을 거 같았다”고 말했다.
어멍 정순으로 극을 이끈 염혜란은 “실제 있었던 일이라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문학적으로라도 매력적이었다. 또 이 이야기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아서 좋았다”며 “캐릭터적으로도 가해자이기도 피해자이기도 한 인물이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였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염혜란은 “커다란 아픔을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면서 “감독님이 질곡의 한국의 역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강인한 어머니라고 했다. 무엇보다 현재를 사는 우리 모습과 닮아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굉장한 고통을 갖고 있지만 그게 불편할 뿐인 인물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접근했고, 관련 작품, 특히 증언집을 많이 봤다”고 떠올렸다.
4.3 사건을 학교폭력과 연관 지은 것에 대해서는 다시 정 감독이 입을 열었다. 정 감독은 “ 폭력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이 여러 가지가 있다. 국가 폭력뿐 아니라 일반 사회,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파악하고 구도를 짰다. 충격적인 (4.3 사건을) 유감없이 보여주면 관객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올 거 같아서 학교폭력으로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동시에 폭력의 세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짚었다.
정 감독은 또 “4.3 사건은 이름도 정해지지 못한 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 도민 중 트라우마를 앓는 사람이 많다. 근데 현재 1998년도 학생들은 폭력을 극복하고 우정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연대한다”며 “그것이 무엇이든 연대가 폭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에 맞설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의 저항이 아니라 함께 극복하려는 연대라고 생각한다”고 영화 속 메시지를 전했다.
학교폭력에 노출된 고교생을 연기한 신우빈(이영옥 역), 최준우(고민수 역), 박지빈(김경태 역)은 ‘내 이름은’을 통해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됐고 왜곡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순의 아들로 분한 신우빈은 “시나리오 받고 많이 찾아봤다. 특히 정순의 집이 실제 4.3 사건을 겪으신 분의 댁”이라며 “그 집에서 촬영하다 보니까 더 조심스러워졌고,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 감독과 염혜란은 “아픈 이야기지만, 이런 영화는 되도록 많은 사람이 봐야 한다. 귀하게 세상에 나온 작품”이라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