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선 학교에서 가을 운동회가 점차 사라지거나 축소되는 추세다. 아이들이 달리기나 단체 경기에서 졌을 때 상처를 받고 기가 죽는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우려와 건의 때문이다. 경쟁 자체를 차단해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결과에 승복하고 실패를 극복하는 법을 배울 기회마저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승리욕'과 '협동심'을 길러주는 '태그럭비(Tag Rugby)'가 새로운 교육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태그럭비협회는 24일 서울 중구의 상공회의소 10층 OK저축은행 대회의실에서창립총회를 개최하고 협회 출범을 알렸다. 초대회장으로 선임된 김대수 아워스포츠네이션 대표는 "럭비 하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다 보니 학생들에게 럭비라는 스포츠를 인식시키기 어렵다. 태그럭비를 통해 학생들의 럭비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혀서 향후 럭비 발전을 꾀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태그럭비는 거친 태클 대신 허리에 찬 태그(꼬리표)를 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부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럭비 특유의 역동성을 살린 스포츠다. 대한태그럭비협회는 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게 럭비를 즐기고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4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단법인 대한태그럭비협회 창립총회. 최윤 대한태그럭비협회 상임고문(오른쪽)이 협회 '1호 강사' 이준우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대한태그럭비협회 제공
태그럭비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이준우 대한태그럭비협회 1호 강사와 최윤 대한태그럭비협회 상임고문(OK금융그룹 회장)은 태그럭비가 아이들의 신체적 발달은 물론, 바른 인성 함양에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윤 상임고문은 태그럭비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적 가치에 주목했다. 최 고문은 "럭비는 다양한 신체 능력을 가진 사람이 출전하고, 혼자만의 뛰어난 개인기로는 절대 득점할 수 없다. 동료를 위해 희생하고 끊임없이 패스를 주고받아야만 전진할 수 있는 럭비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협동심'을 배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그럭비를 통해 아이들은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연령, 공간 등 환경의 제약이 덜한 태그럭비. 사진=국제태그연맹
럭비 국가대표 출신 이준우는 태그럭비가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한 '건강한 승리욕'을 심어준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기 중 태그를 빼앗기고 공격권을 넘겨주는 실패를 수없이 겪지만, 경기의 템포가 빨라 곧바로 수비에 집중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패배나 실수에 좌절하기보다는 그것을 인정하고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배운다"라고 전했다. 이준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정정당당하게 땀 흘리고 졌을 때는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법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운동장에서 넘어지고, 때로는 지기도 하면서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보다 안전하면서도 협동의 가치를 배우며 '건강하게 지는 법'과 '함께 힘을 합쳐 승리하는 법'을 알아가는 방법을 태그럭비가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