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캡처.
“규현씨 표정이 계속 이상하더라고요. 마이크를 딱 들더니, ‘이런 기괴한 무대는 처음 본다’면서 ‘가면 갈수록 설득을 당해서 막판엔 뭉클하고 울컥하다’고 하더군요.”
지난 4일 방송된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 시즌4’(이하 ‘싱어게인4’) 2라운드 팀 대항전에서 3:5로 아쉽게 탈락하며 이름을 공개한 ‘2호 가수’ 타카피 김재국은 5일 일간스포츠와 전화통화를 통해 프로그램 참여 소회를 전했다.
김재국은 1997년 펑크록 밴드 타카피로 데뷔한 후 현재까지 28년째 활동 중이다. 지난달 28일 방송에 ‘9회말 2아웃’ 2호 가수로 첫 등장해 ‘치고 달려라’를 열창한 뒤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임재범이 극적으로 내놓은 슈퍼 어게인에 힘입어 2라운드에 진출한 그는 73호 가수(허첵)과 팀 ‘폭풍경보’로 나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펑크 록 버전으로 선보였다.
많은 이의 예상을 깬 선곡 그리고 편곡의 묘수였다. 원곡과 180도 다른 분위기로 연출된 ‘웃픈’ 무대에 심사위원들은 단체로 ‘멘붕’에 빠졌고, 방송 후 시청자와 누리꾼의 의견도 분분했다. 이들의 무대에 대해 호불호가 공존하는 가운데 탈락 후에도 김재국과 허첵의 ‘바람이 분다’는 화제의 무대로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국은 “노래로는 37호X51호님에게 좀 힘들겠더라. 그러면 기세로 가야겠다 싶었다”며 “타카피도, 슈퍼키드도 펑크록 기반으로 20년 이상씩 했으니 이걸로 하면 쪽팔리지 않겠다 싶었다”고 호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가사 한구절 한구절에 깜짝 놀랐다. 가슴 찢어지는 이별 노래 아닌가. 이소라 누나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선곡이 녹화 불과 사흘 전에 확정됐는데, 가사가 반복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서 연습하면서 애먹었다”고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사진=JTBC 캡처. 김재국은 애초 ‘싱어게인4’ 제작진의 제안에 처음엔 출연을 주저했다. “떨어질 게 뻔한데 뭘 나가냐고 했죠. 그런데 ‘‘치고 달려라’를 선배님이 부르신 걸 전국민이 잘 모르지 않나’며 나와달라는 말에 결심했어요.”
그는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은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터닝포인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여기서 터닝 못 하면 안 되겠다, 이제 골방에 숨어있지 말고 나가자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다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안 나가겠다고 다짐했었는데, 10여년 전에 ‘탑밴드2’에 출연했던 걸 잊어버린 거죠. ‘아 오디션이 이랬지’ 싶었어요.” 촬영 초반엔 카메라 울렁증이 심했지만 그는 사람들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또렷이 서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극복했다. 김재국은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는데, ‘형이 왜 나왔어요’ ‘너는 왜 나왔냐’ 이러면서 서로 인사 하고, 그러면서 ‘아, 아직 내가 쓸모 없진 않구나’ ‘이걸 기억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나 스스로 나를 저버리면 안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재국을 향해 ‘록앤롤 포에버’를 외치며 리스펙트를 전한 임재범에 대해서는 “선배님의 말씀을 듣는데 울컥하더라.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시작했던 90년대만 해도 밴드를 하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직업으로 밴드 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하며 반대하는 분위기가 커서 서로 짠한 게 있었어요. 지금도 홍대에서 기타 매고 다니는 동생들, 후배들을 보면 손잡고 들어가서 밥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는데, 아마 재범이형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이 어려운데서 그걸 했어? 고생했다’라고요. 선배님의 말씀을 듣는데, 울컥하더군요. 나이 들어 그런지 눈물이 많아진 것도 있는데(웃음), 울면 진짜 밴드는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을까봐 꾹 참았어요.”
그러면서 임재범에 대해 “록 뮤지션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많으시다는 게 실제로 느껴졌다”며 “록계의 큰형님으로 오래오래 남아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JTBC 캡처. 인터뷰 말미, 타카피의 음악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시청자를 위한 추천곡으로 ‘글로리 데이즈’를 꼽은 그는 “재범이형이 멘트를 하고 소감을 이야기할 때 흘러나오더라. PD님의 센스가 고마웠다”면서 빙긋 웃었다.
자신을 계속 뮤지션으로 살게 하고, 또 다시 대중 앞으로 꺼내 준 곡 ‘치고 달려라’에 대한 애틋한 진심도 전했다.
“방송에서도 얘기했다시피, 2008년 당시 음악을 그만 둬야겠다 생각하고 정리하려 하던 차에 만나게 된 곡이에요. 그 노래가 있었기 때문에 ‘싱어게인4’ 본선까지 나갈 수 있었죠. 한땐 그 노래로 인해 우리 팀이 묻히는 것이 서운하기도 했고, 그래서 공연에서 일부러 안 부르기도 했어요. 마치 가장 친한 친구와 제일 많이 싸우는 것처럼 말이죠. 이 노래가 그동안 저를 많이 참아준 거 같아요. 이제는 많이 사랑해주려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