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피 에이스' 원태인은 얼마 전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가을야구를 보고 감탄을 했다. 팀이 가을야구 경쟁 중이라 생중계는 보지 못하지만, 하이라이트로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경기를 꾸준히 지켜본다는 그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111구 9이닝 1실점 완투승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원태인은 "세계 최고 무대에서, 그것도 원정에서 받은 기립박수라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원태인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그야말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2선승제) 2차전에선 경기 전 갑자기 내린 비로 몸을 두 번이나 풀고 마운드에 올라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원태인은 14일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3차전에서도 1회 도중 경기가 중단되는 가을비 변수를 또 맞았지만 6⅔이닝 동안 5피안타 2사사구(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씩씩하게 던지고 있지만, 힘들 수밖에 없다. 17일 대전에서 기자와 만난 원태인은 "많이 힘들다. 포스트시즌(PS)는 정규시즌과 또 다르지 않나. 더 많은 힘을 쏟아 붓는데다 비까지 와서 더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경기 도중 쉬었다 뛰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두 번 연속으로 비 변수를 맞으니 힘들다. 경기 중에는 잘 몰랐지만, 끝나고 나니 확실히 힘든 건 사실이다"라며 싱긋 웃었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하지만 원태인은 그래도 웃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겪은 아픔이 큰 경험이 됐다. 그 덕에 (가을비 변수에도) 버틸 수 있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원태인은 지난해 KS 1차전에서도 비로 인한 지연 개시로 어려움을 겪었다. 선발 등판해 5이닝 66구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지만, 6회 도중 내린 비로 서스펜디드 경기가 되면서 강제 강판돼야 했다. 원태인은 "(등판 예정일인 3차전) 대구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간절히 빌었다.
가을야구 3경기 연속 홈에서 공을 던진다. 원태인은 올 시즌 대구 홈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11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3.03으로 좋았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타자친화구장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토종 다승 1위(12승)를 견인했다.
홈 등판 출근 날마다 원태인은 색다른 출근룩으로 경기장에 나선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저지를 입고 출근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쭉 이어온 원태인 나름의 징크스 아닌 징크스다. 원태인은 "홈 경기가 있을 땐 무조건 그 옷을 입는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기운이 좋고, 경기력이나 결과도 좋았다"라며 웃었다. 그는 "혼자만의 미신이랄까. 그런 대단한 선수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어서 입고 출근했는데, 좋은 경기력으로 잘 나오고 있어서 계속 입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야마모토 요시노부. AFP=연합뉴스
다저스의 경기도 꾸준히 챙겨본다. 원태인은 "(김)혜성이 형 때문에 다저스 경기는 (하이라이트로) 챙겨보고 있다"라며 웃었다. 그는 "혜성이 형을 너무 좋아하고, 친하기도 해서 연락도 가끔 한다. 같은 야구 선수로서 너무 부럽다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선수가 오타니와 야마모토인데, 그런 선수들과 팀 메이트로 뛰고 있는 게 부러워서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야마모토의 완투승, 그리고 그의 기립박수를 지켜봤다. 하지만 원태인도 그에 못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원태인은 그보다 하루 전인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6⅔이닝 동안 5피안타 2사사구(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도중 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최고의 피칭을 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마운드를 내려온 그에게 대구의 만원 관중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쳤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당시 원태인은 "항상 기립 박수를 받으며 투구를 마무리하는 건 최고의 영광이다"라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흘 뒤 대전에서 기자와 만난 원태인은 야마모토의 기립박수를 추가로 언급하면서 "ML 못지 않은 라팍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앞으로의 가을야구에서도 더 많은 기립박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