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후라도-원태인이 아닌 원태인-후라도. 순리는 어긋났다. 승부수가 패착으로 이어진 삼성 라이온즈는 홈에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삼성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SSG 랜더스와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선3선승제) 3차전을 치른다. 9일 1차전에서 승리(5-2)한 삼성은 11일 2차전에서 9회 말 김성욱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하며 1승 1패를 기록했다.
원정에서 1승 1패. 목표로 했던 최소한의 소득은 거뒀지만 다소 아쉽다. SSG의 외국인 에이스 드류 앤더슨과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피해 만난 김건우를 상대로 2차전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특히 9회 3-3 동점 상황에서 외국인 에이스 후라도를 등판시켰다가 끝내기 홈런을 맞은 게 컸다.
충격의 여파는 3, 4차전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발 순서부터 바뀌었다. 후라도는 지난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2선승제)에서 1차전 선발로 나섰다. 2차전엔 원태인이 마운드에 올랐다. 순서 상으론 준PO 3차전에 후라도가, 4차전엔 원태인이 나서야 했지만 후라도의 2차전 마무리 등판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삼성 후라도. 삼성 제공
박진만 삼성 감독은 후라도의 2차전 등판을 두고 "동점 상황에서 연장으로 가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봤다"라고 승부수의 이유를 설명한 뒤, "후라도의 (선발 등판 수 일 전 하는) 불펜 피칭 단계를 실전해서 소화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가장 믿을 만한 선발 투수의 구원 등판, 실전에서의 불펜 피칭 모두 가을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다만 "후라도가 오늘(11일) 던졌으니 3차전 선발은 원태인이 나선다"라고 말했다. 승부수 실패에 순리까지 꼬여 버렸다.
다행히 10일 예정됐던 2차전 우천 순연으로 원태인의 3차전 선발엔 큰 무리가 없다. 7일 2차전 출전 후 닷새를 쉬고 마운드에 오른다. 정규시즌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원태인은 WC 2차전에서 비로 인해 경기가 지연 개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6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제 임무를 다했지만, 경기 후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순리대로였다면 충분한 휴식을 하루 더 취하고 마운드에 올랐겠지만 계획이 꼬였다. 푸른 피 에이스의 어깨가 여러 모로 무겁다.
SSG 고명준. SSG 제공
원태인은 올 시즌 SSG와 3차례 만나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77. 대구에선 4월 10일 5이닝 7피안타 1실점, 7월 22일 5이닝 9피안타 4실점(3자책)했다. 피안타가 많다는 게 불안 요소다. 특히 원태인은 최지훈에게 10타수 5안타, 한유섬에게 8타수 3안타, 고명준에게 9타수 3안타로 다소 약했다. 특히 고명준은 이번 준PO 2경기에서 모두 홈런 손맛을 그린 선수로, 정규시즌 대구에서도 홈런을 2개의 아치를 그려낸 기억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