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마무리 타이틀이 눈앞이다. 2023년 프로 2년 차에 최연소 홀드왕(32개)에 올랐던 박영현(22·KT 위즈)이 이젠 마무리 2년 차에 '끝판왕'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박영현은 여전히 목마르다. "더 많은 세이브를 올리고 싶다. 그만큼 팀이 더 많이 이긴다는 의미니까"라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함께 바랐다.
박영현은 올 시즌 65경기에 나와 5승 6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ERA) 3.55를 기록했다. 35세이브는 2015년 1군에 첫 진입한 KT 구단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이기도 하다. 박영현은 지난 20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즌 34번째 세이브를 올리며 김재윤(현 삼성 라이온즈)이 2022년 KT에서 작성했던 구단 최다 세이브(33개) 기록을 경신했다. 21일 수원을 찾은 김재윤이 박영현에게 "8년간 고생해서 쌓은 기록을 어떻게 (마무리 2년 만에) 바로 넘었냐"라며 칭찬을 했다는 후문이다.
21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35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특히 이 세이브는 더욱 특별했다. '롤모델' 오승환 앞에서 거둔 세이브였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오승환은 이날 수원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박영현과의 시즌 중 만남도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박영현은 "(오승환 선배가) 경기 전 사인회와 은퇴투어 준비로 바쁘신 것 같아 못 찾아뵀다. 시즌 후에 연락을 드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박영현은 오승환을 보고 마무리 투수의 꿈을 키웠다. 박영현은 "중학교 때 오승환 선배 영상을 보고 '저 선수처럼 돼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는 야구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야구도 잘 안봤는데, 선배를 보고 야구선수의 생각이 깊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직구 하나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을 요리하는 것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늘 무뚝뚝한 표정에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보며 따라하려고 했고, 그때부터 마무리 투수의 꿈을 가지고 공을 던졌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수원에서 우상 오승환과 만난 박영현(왼쪽). KT 제공
프로에 입성한 뒤에도 박영현은 꼬박꼬박 오승환을 찾아 인사를 건넸다. 롤모델이 좋아하는 커피를 몰라 종류별로 너댓잔씩 가져가는 정성도 보였다. 갈 때마다 박영현은 오승환의 따뜻한 환대와 함께 격려의 한마디를 듣고 오곤 했다. 박영현은 "오승환 선배가 볼때마다 '아프지 말고 잘하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오승환이 은퇴를 선언한) 최근엔 이런 말들이 더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박영현의 꿈이자 목표는 역시 그의 롤모델 오승환이다. "선배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한 박영현은 "구위는 아직 선배를 따라갈 수 없지만, 더 노력해서, 선배처럼 오래 야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은 눈앞의 팀 승리가 더 우선이다. 박영현은 "매 경기가 순위싸움이 달린 경기라 중요하다. 마무리 위에선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더 집중해야 한다"라며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세이브를 올리면 좋겠다. 팀이 더 많이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