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이비씨코퍼레이션 제공. 안주은 감독이 이탈리아 오페라계에서 새 이정표를 쓰고 있다.
안 감독은 오는 5월 25일 저녁 8시(이태리 현지시각)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제11회 시칠리아 클라시카 오페라 페스티벌의 메인 프로덕션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이번 임명은 단순히 연출자로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페스티벌 전체를 총괄하는 동양인 첫 사례로서 이탈리아 오페라계 안팎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안주은 감독은 한국에서 수백 회의 오페라 연출 경력을 가진 베테랑으로, 서양 오페라와 동양적 감성을 융합한 연출로 호평을 받아온 인물이다. 이번 시칠리아 페스티벌에서도 한국적인 미학을 섬세하게 접목시킨 연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 나아가, 안 감독은 올해 8월 이탈리아 따오르미나의 고대 그리스 극장에서 예정된 초대형 오페라 ‘아이다’의 연출자로도 공식 확정되면서, 단기간에 이탈리아 남부 오페라계의 주요 창작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북부 밀라노에서 정명훈이 음악을 이끌고 있다면, 남부 시칠리아에서는 안주은이 기획과 연출을 주도하며 양축을 이루는 ‘K-오페라 시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특히 이번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서는 한국 전통무용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국립무용단의 솔리스트 박기환이 무대에 함께 오른다. 한국 오페라와 전통예술이 동시에 이탈리아의 클래식 무대에 진출하는 의미 있는 융합 사례가 펼쳐질 예정이다.
박기환은 국립무용단의 간판 무용수로서 전통춤과 현대적 무대 해석을 넘나드는 감각으로 국내외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페라 서사의 감정선에 맞춘 전통춤 솔로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적 정서를 극대화 한다는 전언이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출연의 의미를 넘어, 한국 예술이 오페라라는 서구 예술 형식 안에서 창조적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최근 이탈리아 문화예술계에서 한국 예술가들의 눈부신 활약이 연이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동양인 최초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어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 동양인 최초의 오페라 페스티벌 총감독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가 쓰였다.
더욱이 이번 시칠리아 클라시카 오페라 페스티벌은 이탈리아 예술계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제작자, 평론가, 예술감독들이 대거 참석하는 국제 예술 행사로, 한국 예술계가 본격적으로 유럽 예술 생태계에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와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강력한 후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현지 언론과 문화기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