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무조건 통한다”는 말에 등 떠밀려 참가한 베트남댁의 만두 요리가 ‘2025 캠핑요리축제’에서 깜짝 대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 주인공으로 변신한 이색 참가자들의 군침 도는 요리에 ‘스타 셰프’ 레이먼 킴의 명품 해설이 더해지며 내년 10주년을 맞는 축제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베트남 전통 만두’ 대상 영예
올해로 결혼 9년 차, 한국 생활 8년 차인 전하연씨는 지난 26일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가 경기도 연천군 연천재인폭포오토캠핑장에서 진행한 ‘2025 캠핑요리축제’의 메인 행사인 요리 경연대회에서 고향 음식인 ‘베트남 전통 만두’로 1위의 영광을 안았다. 캠핑요리축제에서 외국인 참가자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베트남 출신으로 귀화한 전씨는 한국에서 두 딸과 아들 하나를 키우며 살고 있다.
아내 전씨는 남편이 이번 대회 참가 신청을 한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남편 유남희씨는 “스스로 남다른 미각을 보유했다고 자부하는데, 이 음식은 먹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통 만두’는 한국 만두와 비슷하지만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간다. 포인트는 얇은 베트남 당면이다. 살짝 물에 담가 불리면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베트남산 표고버섯과 목이버섯에 숙주, 적당량의 다진 새우와 돼지고기, 당근, 쪽파, 계란 노른자를 넣는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잘 비벼서 대회를 위해 특별히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공수한 라이스페이퍼로 말아 튀긴다.
전씨는 “베트남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요리로 대상을 받아 너무 감동을 받았다”며 “아이들도 캠핑을 너무 좋아해서 내년에도 꼭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인기 게임 ‘슈퍼 마리오’ 콘셉트로 참가해 2관왕에 오른 팀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 동대문에서 온 김기한씨는 ‘루이지’, 아들 김동국군은 ‘마리오’ 복장을 하고, ‘연천을 품은 솥밥’이란 창작요리를 선보여 최우수상과 연천상을 품었다.
김씨 가족은 벌써 네 번째 캠핑요리축제에 참여했다. 3년 전에는 가족상을 받았다. 한 달에 한 번은 즐길 정도로 캠핑에 진심인 가족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부터 연천상을 노리고 지역 특산물인 율무와 흑고사리, 한우를 조합한 요리를 구상했다. ‘연천을 품은 솥밥’은 율무를 4시간 불린 뒤 쌀과 함께 안쳐 뜸을 들일 때 밥 위에 볶은 고사리와 구운 한우를 올려 완성한다. 김씨 가족은 경연대회를 앞두고 한 달 동안 이 요리를 준비했다. 밥은 아내가, 재료 손질은 아이가, 고기와 고사리는 아빠가 책임졌다.
김씨는 “당초 연천상만을 노렸는데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캠핑요리축제에 계속 참가할 것”이라며 “참가만 해도 후원품이 워낙 많아 남는 장사나 다름없다”고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이 외에도 원하는 소스에 퐁듀처럼 찍어 먹는 꼬치 요리인 심예지씨의 ‘우리가족 캠핑은 꼬치야’, 연천에서 10년 넘게 군 생활을 하는 고태원씨의 ‘시간을 요리하고 계절을 감싸다’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맛도 재미도 사로잡아
독특한 콘셉트로 특별상을 차지한 가족들도 있었다. 경기도 양평에서 온 결혼 10년 차 안나씨 부부는 넷플릭스 화제의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나이 든 애순과 관식처럼 옷을 맞춰 입고 나란히 회색 가발을 써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사랑을 표현해 ‘낭만상’을 받았다.
이상애씨의 ‘크림나라 토마토 공주와 만난 배추만두’는 365일 다이어트하는 자신이 떠오른다며 심사를 맡은 유튜버 원보라(이녕)로부터 ‘추억상’을 건네받았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장인 레이먼 킴은 대상 ‘베트남 전통 만두’를 두고 “‘남편이 참 좋아하는 메뉴’라는 참가자의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며 “음식에 너무 집중하면 오히려 지칠 수 있다. 집에서 자주 하는 음식도 밖에서 먹으면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친숙한 일반식을 캠핑요리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도 처음 아이와 캠핑을 떠났을 때 간단한 꽁치구이를 해줬다.
마지막으로 레이먼 킴은 “다양한 참가자들을 보면서 캠핑 문화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며 “외국에서도 유일하게 모르는 사람끼리 음식을 나눠먹는 캠핑장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특별한 추억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