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 경기. 두산 양의지가 8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간 2루타를 날리고 기뻐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두목곰이 겨울잠에서 깼다. 날이 따뜻해지고 양의지(38·두산 베어스)의 방망이에도 불이 붙었다.
양의지는 지난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 3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활약해 팀의 6-5 역전승을 이끌었다.
매 안타가 결정적 득점으로 이어졌다. 두산은 1회 초 경기 시작과 동시에 노시환의 스리런 홈런을 맞고 열세에 빠졌다. 하지만 1회 말 양의지가 1타점 적시타를 치며 추격했고, 그는 4회 말에도 선두타자 홈런으로 점수 차를 좁혔다. 그는 재역전을 내준 8회 말에도 2루타를 때렸고, 두산은 이를 바탕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결승타는 김기연이 쳤지만, 연장 승부까지 갈 수 있던 데는 양의지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 경기. 두산 양의지가 5회 타격하다 넘어지고있다.삼진아웃.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양의지의 타격감이 올라온 건 4월이 된 후다. 그는 앞서 3월만 해도 8경기 타율 0.174(23타수 4안타)만 기록하는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4월 6경기에선 타율 0.400, OPS(출루율+장타율)는 1.189에 달한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8일 경기에 앞서 인터뷰에서 "날씨가 좋아져서 베테랑 선수들이 잘하는 것 같다"고 웃으며 "아무래도 팀에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날씨 영향을 조금 받는 것 같다. 또 안타가 하나씩 나오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이 붙는 게 아닐까"라고 기대했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선수의 체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의지는 실제로 최근 3월마다 고전했다. 좀처럼 3월에 개막하지 않는 프로야구지만, 지난해부터는 3월부터 시즌을 치른 바 있다. 양의지는 이 기간 3월 성적이 타율 0.240 OPS 0.684에 불과했다. 이 기간 전체 성적(타율 0.312 OSP 0.857)과 차이가 컸다.
양의지는 "날씨가 괜찮아지면서 (타격감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며 "(3월엔) 꽁꽁 어는 것 같았다. 추울 땐 야구가 잘 안 풀리는 것 같더라"고 웃었다. 그는 "추위에 원래 약한 편이다. 더운 게 차라리 낫다. 원래 긴팔을 안 입는 편인데, 정말 추워서 긴팔을 입었다. 긴팔 입고는 안타가 하나도 안 나온다"고 전했다.
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 경기. 두산 양의지가 4회 한화 선발 문동주를 상대로 좌월 1점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특유의 '능구렁이' 타격도 절정에 달했다. 8일 경기에선 상대 투수인 문동주가 최고 159㎞/h 강속구를 뿌렸는데도 가볍게 공략했다. 4회 홈런을 기록했을 땐 문동주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 그는 문동주의 강속구가 아닌 스트라이크를 잡는 커브를 통타했다. 타이밍을 놓쳤지만 한쪽 손으로 배트를 놓으면서 타이밍을 늦췄고, 힘들이지 않고 공을 잠실 좌중간 담장 너머로 보냈다.
양의지는 "커브를 노린 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직구 타이밍에 나갔고, (손을 놔) 배트를 툭 던졌는데 그게 운 좋게 맞았다. 직구가 워낙 좋은 투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2주 전부터 공을 좀처럼 맞히지 못했다. 훈련 방법도 바꾸고, 타격 폼도 바꿔봤다"며 "지난주 부산 경기부터 안타가 하나씩 나왔고, 타격 밸런스도 잡히기 시작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하나 호재가 있다. 양의지는 지난달 23일 SSG 랜더스와 개막 2차전 때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왼쪽 엄지발가락을 다쳤다. 골절 등 발가락 부상은 없었지만, 발톱이 들린 게 타격에 영향을 줬다. 양의지는 "발가락 통증 때문에 하체에 체중이 실리지 않더라. 스윙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었는데, 지금은 회복해서 괜찮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