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시어러, 로비 파울러, 티에리 앙리, 해리 케인, 그리고 손흥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다섯 선수는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00골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시어러(260골)와 케인(213골)은 EPL 통산 득점 1·2위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위에 언급한 오직 다섯 선수만이 EPL의 33년 역사 동안 4시즌 연속으로 해트트릭(선수가 한 경기에서 3골 기록)을 달성했다.
시어러는 블랙번과 뉴캐슬에서 1993~94시즌부터 1996~97시즌까지 4년 연속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시어러의 커리어 통산 기록은 11번. 파울러는 리버풀에서 시어러와 같은 기간 동안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커리어 통산 기록은 9번이다. 앙리는 아스널에서 2002~03년부터 2005~06시즌까지 매 시즌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아스널에서 8번, 바르셀로나에서 2번을 기록한 앙리의 커리어 통산 해트트릭은 10번이다.
케인은 토트넘에서 2014~15년부터 2017~18시즌까지 매년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케인이 EPL에서 성공시킨 해트트릭은 총 8번.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도 무려 7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했으나, 독일 기준에 의하면 그의 공식적인 해트트릭은 1번에 불과하다. 독일은 해트트릭에 관해 훨씬 까다로운 규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해트트릭으로 인정받으려면 전반 또는 후반에만 3골을 연속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전반 또는 후반에 3골을 넣는 동안 다른 선수가 골을 기록하면 안 된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4명의 선수와는 다르게, 손흥민의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손흥민은 2020~21시즌부터 매 시즌 1개의 해트트릭을 성공시키며, 총 4개를 기록 중이다. 손흥민의 해트트릭 희생물이 된 팀은 사우스햄튼, 애스턴 빌라, 레스터 시티와 번리다. 비록 2024~25시즌이 11경기 밖에 안 남았지만, 손흥민이 이번 시즌 해트트릭을 기록하면 EPL 최초로 5시즌 연속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유일한 선수가 될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시어러, 리버풀의 파울러, 아스널의 앙리, 토트넘의 케인과 손흥민. 한편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도 (독일 기준이 아닌 보편적인 기준으로) 2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선수 각각의 인스타그램 많은 국내 스포츠 팬들이 해트트릭을 축구에서만 쓰이는 용어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해트트릭이라는 단어 자체도 1858년 열린 크리켓에서 유래했다. 당시 잉글랜드의 셰필드에서 열린 크리켓 경기에서 ‘올 잉글랜드 일레븐’ 소속의 볼러(bowler, 야구의 투수에 해당)인 히스필드 스티븐슨은 3구 연속으로 위켓(wicket, 3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땅에 수직으로 박혀 있음)을 쓰러뜨려 3명의 배트맨(타자)을 아웃 시키는 위업을 달성했다.
크리켓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이런 활약을 기리기 위해 모금 행사가 열렸고, 팬들은 수익금으로 구입한 모자(hat)를 스티븐슨에게 선물했다. 이를 계기로 햇(모자)을 받을 만한 엄청난 활약을 ‘hat-trick’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이 용어는 영국에서 유행하던 다른 스포츠로도 퍼져 나갔다. 현재는 럭비, 핸드볼, 아이스하키, 필드하키, 수구 등에서 쓰인다. 미국 야구에서는 선수가 한 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치면 해트트릭이라고 칭할 때도 있다.
2010년 2월 워싱턴 DC의 버라이즌 센터에서 워싱턴 캐피털스와 피츠버그 펭귄스가 맞붙었다. 사진은 이 경기에서 워싱턴의 알렉스 오베킨이 3골을 넣은 후, 홈 팬들이 해트트릭을 축하하기 위해 빙판 위에 모자를 던진 모습. 위키피디아 축구에는 ‘퍼펙트(perfect)’ 해트트릭이란 확장된 용어도 있다. ‘완벽한’ 해트트릭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오른발로 한 골, 왼발로 한 골, 그리고 헤딩으로 한 골을 넣는 것을 퍼펙트 해트트릭이라고 말한다. EPL에서 퍼펙트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35명이고, 2022년 엘링 홀란을 마지막으로 현재 명맥이 끊긴 상태다.
그냥 해트트릭도 하기 어려운데, 퍼펙트 해트트릭은 얼마나 달성하기 힘들까? 이를 보여주듯 EPL 통산 득점 랭킹 10위안에 든 선수 중 이를 기록한 선수는 단 3명(파울러, 앙리, 세르히오 아구에로)에 불과하다. 특히 파울러는 무려 퍼펙트 해트트릭을 3번이나 기록해 이 부분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EPL 통산 헤딩 골이 4개에 불과한 손흥민은 퍼펙트 해트트릭과는 인연이 없다.
아구에로와 이예그베니 야쿠부는 각각 2번의 퍼펙트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사진의 주인공인 아구에로는 EPL 통산 12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해 이 부분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아구에로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한 경기에서 선수가 2골을 기록할 경우는 무엇이라 부를까? 국내에서는 흔히 ‘멀티 골’이라 칭하지만, 영국에서는 이를 ‘브레이스(brace)’라고 부른다. 브레이스라는 단어는 ‘쌍(pair)’을 의미하는 고대 영어에서 유래했다. 브레이스는 원래 하루에 꿩이나 토끼 두 마리를 잡은 사냥꾼을 묘사하는 데 썼으나, 19세기부터 축구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영어 표현을 알아보자. 손흥민이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을 경우 영어로는“Son scored a brace in the game”이 된다. 또한 영국 언론에서 ‘멀티플(multiple)’ 골이라 칭할 때는 브레이스와 해트트릭이 모두 포함된 경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