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출신 최초로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회한 일본인 스즈키 이치로(51)가 대인배 면모를 보여줬다.
이치로는 지난 22일(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공개한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전체 394표 중 393표를 획득, 득표율 99.75%를 기록하며 최저 기준(75%)을 훌쩍 넘고 도전 첫해에 입회에 성공했다. 당초 기대받았던 만장일치는 1표 차이로 무산됐다.
명예의 전당 투표권은 MLB 취재 10년 이상 BBWAA 소속 기자에게 주어진다. 그동안 만장일치 입회는 2019년 마리아노 리베라가 유일하다.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였던 그는 통산 최다 세이브(652개)를 남겼다.
이치로는 MLB에서 19시즌 동안 뛰며 3089안타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1시즌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받았고, 2004시즌에는 262안타를 기록하며 MLB 역대 단일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런 이치로도 리베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했다. 미국 매체에서 조차 그에게 표를 행사하지 않은 기자를 비판했다. 이치로는 "1표가 부족한 게 오히려 다행이다. 나름대로 완벽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만장일치 무산으로) 불완전하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완전한 게 좋다"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치로는 24일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 MLB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게 투표해 준 기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표를 받지 못한 한 명의 기자가 있다. 시애틀 내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 함께 술을 마시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싶다"라고 너스레를 보여줬다.
미국 매체 ESPN은 "이치로에게 투표하지 않은 바보는 누구인가. 어떤 이유인지 흥미롭다"라며 대세를 거스른 기자를 저격했다. 다른 매체들도 납득할 수 없는 소신을 표로 드러내며 유난을 떤 기자를 비판했다. 심각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당사자인 이치로가 나서 재치 있는 말로 이를 진화했다.
이치로는 선수 생활 내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실력뿐 아니라 철저한 자기 관리로 프로 정신을 일깨웠다. 단 1표 차이로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입회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불완전'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일깨우며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기자를 부끄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