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도, 제훈 씨도 그렇고 영화와 인물을 잘 만났다는 느낌이에요.”
배우 구교환이 이제훈의 러브콜에 화답해 연기 호흡을 맞췄다. 3일 개봉하는 ‘탈주’는
지난 2021년 이제훈이 구교환에게 ‘하트’를 날린 청룡영화제 이후 성사된 두 사람의 투톱 주연 영화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구교환은 “나도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제훈 씨도 그렇다고 하시니 기분이 좋았다. 저는 상대배역과의 호흡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탈주’ 제안이 들어왔을 때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라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영화학도로서 이제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한 구교환은 이종필 감독 또한 2008년 작품부터 지켜본 팬이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 사람이 의기투합한 ‘탈주’는 내일을 꿈꾸며 탈북을 감행하는 북한 병사와 그를 추격하는 보위부 장교의 이야기다. 목숨과 신념을 걸고 쫓고 쫓기는 관계 중 구교환은 추격자인 장교 리현상을 연기했다. 극 중 리현상은 북한 금수저 출신으로 러시아 피아노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꿈을 뒤로하고 소좌를 맡아 임무에 충실 하려는 인물이다.
앞서 ‘D.P.’, ‘모가디슈’에서 군인을 연기한 구교환이지만 이번 리현상은 또 새로운 얼굴이다. 우아하게 건반을 치던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가 하면, 어딘가 처연하기도 해 ‘새로운 추격자’라는 평을 들었다. 구교환은 “추격자의 이미지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톰과 제리’의 톰도 추격자”라며 “저는 제가 어떻게 비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정 이미지를 갖고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살짝 다뤄지는 현상의 유학 시절 전사나 결말은 궁금증을 남긴다. 그만큼 인물을 두텁게 표현하는 구교환은 “항상 캐릭터를 연기할 때 ‘이것은 시리즈의 몇 번째의 상황’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그 인물을 가깝게 두게 된다. 특정 에피소드를 만들지는 않고 여러 유니버스를 상상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그 속내를 알 듯 말 듯 섬세하게 표현한 덕에 현상은 규남을 비롯해 배우 송강이 카메오 연기한 유학 시절 인연 선우민과 사랑인 듯 우정인 듯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넓게 생각했다. 그래야 현상의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현상의 경우 ‘현상 그대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작품이 공개되면 감상은 관객의 몫이기 때문에 제 의도는 드러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현상’을 던질 뿐 정의까지 내리는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관객분들에게 재밌는 소스를 제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역할이죠.”
그럼에도 연기 주안점으로 “강력한 추격자이면서 순간순간 18프레임 정도는 현상의 불안을 표현해 보려고 했다”는 구교환은 문득 자신과 현상의 비슷한 심경을 발견했다. “저도 지금 그렇네요. 용기 있고 호탕한 척하지만 말실수하면 어떡하지 싶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생각이나 취향이 말 한마디로 한가지처럼 ‘박제’ 당하는 것이 두렵다는 그는,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이 받을 평가에 대해서는 당당하다. 구교환은 “평가에 두려움은 없다. 다 만들어서 스크린에 걸리거나 채널에 올라가면 온전히 관객들의 것이다. 그게 두려우면 연기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말보다는 연기와 연출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구교환은 앞으로 독립영화를 꾸준히 작업할 계획이다. 구교환은 “올해 안에 크랭크인 예정이다. 기존에 제가 해온 규모와 정서의 작업이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잘해보려 한다”고 귀띔했다.
“영화는 항상 제 이야기예요. 규모나 관객 수를 떠나 언제나 많이 봤으면 좋겠죠. 언제나 제 마음에서는 천만 영화였고 작업물에 손익분기점은 존재하지 않지만, 제 ‘마음분기점’, ‘만남분기점’은 있었어요. 관객을 많이 만나고 싶다는 태도는 변치 않습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