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즈볼 들고 미소 짓는 이승원 (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1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시상식에서 이승원이 브론즈볼을 수상한 뒤 시상대를 떠나고 있다. 2023.6.12 hwayoung7@yna.co.kr/2023-06-12 10:46:20/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U-20 월드컵에서 3골 4도움을 올린 이승원.(사진=KFA)
무명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스타’가 탄생했다. 지난 대회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22·마요르카)과 닮은꼴 행보를 보인 이승원(20·강원FC)이 주인공이다.
이승원은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의 라플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2023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0-1로 끌려가던 전반 24분 페널티킥으로 골을 추가했다. 비록 한국은 1-3으로 지며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이승원은 대기록을 작성했다.
프랑스와 조별리그 1차전부터 1골 1도움을 올린 이승원은 선배 이강인이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 세운 공격포인트 기록을 갈아치웠다. 7경기에서 3골 4도움을 수확한 이승원은 이강인(당시 2골 4도움)을 제치고 FIFA 주관 남자 대회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린 한국 선수가 됐다.
이승원은 대회에서 세 번째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브론즈볼을 거머쥐었다. 골든볼(MVP) 실버볼에 이은 영예다. 이승원은 홍명보(2002 한일 월드컵 브론즈볼) 울산 현대 감독, 이강인(2019 U-20 월드컵 골든볼)에 이어 FIFA 성인 및 연령별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상을 받은 세 번째 한국 남자 축구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이승원(오른쪽)이 U-20 월드컵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사진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브론즈볼을 받은 후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승원은 김은중호의 키커로 날카로운 킥과 해결사 면모를 뽐냈다.(사진=KFA)
이승원은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이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다 같이 이룬 업적이라고 생각하며, 선수들을 대표해 받은 만큼 동료들에게도 축하해 주고 싶다”며 “내가 그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건 동료들의 희생과 도움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스타의 부재로 ‘골짜기 세대’, ‘낀 세대’라고 불린 김은중호는 원팀으로 똘똘 뭉쳐 세계적인 팀들과 경쟁했다. 선수단 21인 모두가 주어진 자리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그중에서도 이승원은 낭중지추였다.
대회 전까지 무명이던 이승원은 4년 전 이강인과 똑 닮은 활약을 펼쳤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원은 날카로운 오른발 킥을 앞세워 대회 내내 한국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이강인처럼 전담 키커로 나서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결정적으로 ‘한 방’이 필요할 때 늘 이승원의 오른발이 번뜩였다. 본인의 능력을 세계 무대에서 한껏 뽐낸 결과, 한국 축구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2023 U-20 월드컵에서 브론즈볼을 수상한 이승원.(사진=KFA) 이스라엘전에서 1골을 추가한 이승원은 4년 전 이강인의 기록을 경신했다.(사진=KFA)
이승원은 지난 1월 강원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지만, 개막 넉 달이 지나도록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그는 올 시즌 강원 B팀 소속으로 세미프로 리그인 K4리그(4부)에서 3경기에 나서 1도움을 올린 게 전부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프랑스와 첫 경기부터 빛난 이승원은 이후 감비아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적립하며 김은중호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브론즈볼을 수상할 정도로 활약을 인정받은 이유다.
이승원은 “세계에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걸 몸으로 느낀 것 같다. 이들과 부딪치면서 여러 가지 배운 것들이 있다”면서 “이번에 느낀 보완할 부분, 내가 살릴 장점을 잘 다듬어서 앞으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성인 무대에서 대한민국 축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부진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