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업계가 테니스 웨어에 푹 빠졌다. 지난해까지 '골린이'를 겨냥한 골프 웨어에 집중해왔으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골프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보다 합리적인 스포츠로 떠오른 테니스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분석된다. K패션 브랜드는 테니스에 기본을 둔 역사성을 강조하고, 리브랜딩 끝에 재론칭을 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커머스와 예능 업계도 테니스 관련 행사와 프로그램을 론칭하면서 골프에 이어 찾아온 또 다른 스포츠 붐을 기대하는 눈치다.
테니스 웨어에 '풍덩'
"테니스 붐이 일고 있는 지금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안에 글로벌 3대 테니스 브랜드인 헤드의 진정성과 스토리를 국내에 널리 알리겠다."
이지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헤드 총괄 상무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실렸다. 3년간의 리브랜딩 끝에 다시 세상에 나온 헤드가 테니스라는 헤리티지를 품고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는 5일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재론칭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코오롱FnC가 국내 판권을 보유한 헤드는 글로벌 3대 테니스 라켓 브랜드이자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스키판을 고안한 브랜드로 꼽힌다. 그동안 헤드가 스포티한 브랜드라는 점만 부각해왔던 코오롱FnC은 테니스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다시 한 번 도약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헤드는 헤리티지와 트렌드를 연결하고 의류와 용품을 아우르며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 스포츠 체험을 연계하는 '하이브리드' 성격의 브랜드로 기획했다"며 "헤드는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즐거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하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휠라도 테니스에 진심인 대표 패션 브랜드중 하나다. 휠라는 지난 1973년 테니스 웨어를 공식 출시한 이래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테니스 명가로 꼽힌다. 글로벌로 번지고 있는 테니스 열기에 발맞춰 관련 컬렉션 출시 및 국내외 오프라인 이벤트에 열심이다.
지난 2월 출시한 프리미엄 슈즈 ‘오리지널 테니스 OG 1985'는 ‘테린이’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이 슈즈는 112년 역사를 자랑하는 휠라의 브랜드 아카이브에서 꺼내온 최상위급 '티어 제로' 레벨의 신발을 재해석했다. '레트로'가 유행하는 가운데 휠라만의 감성과 원본이 갖춘 품질이 담기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휠라는 지난달 '럭셔리'의 상징인 분더샵 청담 케이스스터디에 휠라 테니스 헤리티지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오프라인으로도 테니스 마니아의 마음을 공략했다. 이 팝업스토어에는 휠라가 과거에 선보인 테니스 관련 제품과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와의 연출물을 보여주며 휠라의 테니스 역사를 전달했다.
국내외에서 성대한 축제도 열고 있다. 휠라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BNP 파리바 오픈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7·8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23 화이트오픈 서울'을 오픈한다. 테니스에서 출발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광화문에서 특별한 축제의 장을 만들려는 취지로 기획됐다는 설명이다.
휠라 관계자는 "테니스는 MZ세대에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테니스와 관련된 휠라의 콘텐츠를 선봬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테니스에 대한 진심을 더해 휠라의 새로운 테니스 컬렉션과 함께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예능·이커머스도 편승
K패션업계가 테니스 웨어로 집결하는 이유는 간결하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열풍이 부는 가운데 테니스 인기와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업계에 따르면 국내 테니스 인구는 지난해 60만명, 시장 규모는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세계 테니스 시장 규모도 올해 11조8800억원 규모에서 2029년 14조35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함께 골프붐이 불고 골프웨어 시장이 급성장했다면, 최근 테니스로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라며 "MZ세대의 테니스 열풍이 올해 패션업계에 적지 않은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테니스 열기는 이커머스도 체감 중이다.
테니스와 관련한 시장과 관심이 커지자 예능과 이커머스 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MBN은 오는 14일 국내 최초 테니스 예능 '열정과다 언니들의 내일은 위닝샷(내일은 위닝샷)'을 선보인다. 이형택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테니스에 진심인 셀럽들이 팀을 이뤄 성장하는 스토리다. 한때 종합편성채널을 중심으로 골프 예능이 인기를 끌었듯, 화두가 테니스로 넘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티몬은 지난 3월 한 달간 테니스를 비롯한 스포츠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테니스 라켓(257%)이 급증했고, 농구공(171%)과 축구공(183%) 매출도 증가했다. 옥션 역시 지난해 테니스 용품 매출이 2021년 대비 3배가량인 210% 증가했고, 그중 테니스 라켓의 판매량은 693%로 약 8배 상승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테니스는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와 역동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고급스러운 스포츠웨어를 표현하는 데 제격인 종목"이라며 "이에 패션계는 테니스 수요가 높아지는 경향을 패션과 적극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