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31·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전업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 개막전 마무리였던 김강률이 부상으로 이탈한 빈자리를 시즌이 끝날 때까지 채웠다. 평균자책점 3.48 18세이브 9홀드를 기록하면서 얇은 두산 불펜진을 정철원·김명신 등과 함께 이끌었다. 평균자책점이 조금 아쉽지만, 후반기로 한정하면 2.28로 괜찮았다.
홍건희는 현재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야구장에서 두산의 1군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국내 전지훈련만 소화했던 그에게는 반가운 변화다. 홍건희는 본지와 통화에서 "컨디션을 잘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를 땐 (날이 추워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지장이 있었다. 시드니는 날씨가 따뜻해 더 순조롭게 잘 만들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홍건희는 '귀족 마무리'와는 거리가 멀다. 멀티 이닝 등판도 잦았고, 세이브 상황이 아닌 동점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올랐다. 얇은 불펜진, 부진한 팀 성적 탓이었다. 동점 상황에서 등판하는 일이 잦아 패전이 9개(2승)에 달했다. 홍건희는 이번 스프링캠프 출국 전 인터뷰에서도 "지난해는 동점 상황에 나가서 패전 투수가 많이 됐다. 올해는 위기를 잘 이겨내고 싶다"고 했다. 마무리 투수라기보다는 이닝과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는 이른바 '마당쇠' 투수에 가까운 마음가짐이다.
홍건희에게 그 이유를 묻자 “마무리는 팀이 경기에서 이기도록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최소한 연장전까지 가게 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실점해 진 경기가 많아 아쉬웠다”고 했다. 세이브 개수보다 팀 승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내가 경기에 많이 나갔고, 많이 던진 건 알고 있다. 그래도 내 몸 상태가 괜찮으면 경기에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드는 거다. (잦은 등판을 팬들이) 너무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난해 팬분들께서 커피차도 불러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셨다. 덕분에 힘을 내 건강하게 던지고 있다”고 했다.
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홍건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프로 13년 차. 새로운 걸 추가하기보다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고참 투수지만, 보완점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홍건희는 “단조로운 구종 레퍼토리를 좀 바꿔보고 싶다. 난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구종 2개 구사) 투수다. 구종 하나를 (결정구로) 추가한다기보다 하나 정도를 더 섞어 던져 타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2011년 데뷔한 홍건희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다. 프로 선수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런데 홍건희는 담담했다. 그는 “의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2020년 두산으로 이적한 후 3년간 잘해왔다. (FA 계약) 욕심이 난다고 더 과하게 하지 않겠다. 하던 대로 준비해서 시즌을 치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