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데 그게 전부일 때도 있는 것 같고, 나만 하는 게 아닌데 굉장히 특별할 때도 있는 것. 그게 사랑 아닐까요.”
촬영 후 사랑을 이해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한 배우 유연석의 답이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간절할 수도, 전부일 수도, 떠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 게 사랑일 터다. 유연석은 지난 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주연을 맡아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유연석은 극 중 은행원 하상수로 분해 안수영(문가영 분)을 향한 사랑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유연석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부터 찍었는데 방송이 끝난다고 하니까 시원섭섭한 느낌이 든다”면서도 “그래도 재밌게 봐주신 시청자분들이 격려도 해주시고 응원 메시지도 많이 받아서 한편으로는 기분 좋게 끝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연석은 “잘 보고 있다는 메시지들을 많이 받았다. 근래에는 감독님, 배우분들이 묘하게 계속 보게 된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극적인 상황과 시대를 초월해가는 사랑 이야기는 아닌데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굉장히 잘 그려낸 것 같다고 했다”며 뿌듯하게 웃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는 “드라마 대사에도 있듯이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대본이 들어왔을 때도 어떤 극적인 스토리가 있지 않아도 현실감 있고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공감도 해주시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해하시더라. 하지만 우리 삶에서도 모든 것들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정말 현실성 있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하고 연기도 진실성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상수의 온전한 감정이 전달되기를 바랐는데 잘된 것 같아서 배우로서 뿌듯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랑의 이해’는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현실감 넘치는 대사들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연석은 “이런 답답함을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안 봤던 분들도 ‘뭔데 답답하다는 거야?’ 하면서 보게 된 게 아닐까”라고 인기 비결을 전했다.
최종회에서는 하상수와 안수영이 4년 만에 재회,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이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선택한다든가 뚜렷한 것보다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게 좋았던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만 끝나고 커뮤니티에서 말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웃었다.
유연석은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도 공감한다고 했다. “댓글을 보면 초반에는 고구마 100개 먹은 거 같다고 하다가 후반 되니까 1000개로 늘어나더라. 그래도 계속 보는 분들이 있던데,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들에 공감하면서 보셨던 게 아닐까 한다. 드라마가 느리게 흘러가다 보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제대로 보신 것”이라며 “머리가 하라고 하는 것과 가슴이 움직이는 게 항상 똑같은 길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들도 답답하고 보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고 공감했다.
유연석이 연기한 하상수는 드라마 속에서 가장 신중한 인물이다. 같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안수영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초반에는 머뭇거리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확신을 가진 이후에는 안수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설렘을 유발했다.
유연석은 “문가영과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다. 사실 나이 차이가 적은 편이 아니다 보니 어떨까 궁금했는데 너무 베테랑이더라”며 “어느 순간부터는 촬영할 때도 친구처럼 서로 편하게 대하면서 준비하고 얘기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또 문가영에 대해 “순간적인 집중력이 높은 배우”라며 “상수와 수영의 섬세한 감정과 표현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가영 씨가 그걸 잘해 준 것 같다”며 웃었다.
유연석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음을 현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내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는지 묻자 “후반부에 수영이를 옆에서 계속 바라보는 상황이 있었다. 큰 감정들을 표현하지 않는데도 눈빛으로 감정이 전달되는 것 같아서 좋다는 글들을 봤다. 사실 말 한마디 하는 게 표현으로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상수는 말을 좀 아끼는 편이고 혼자 망설이기도 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보니 대사보다도 눈빛으로 얘기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상수 캐릭터가 공감되느냐는 질문에는 “캐릭터의 감정은 다 이해했다”면서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을 보니 예전에 짝사랑했을 때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극의 제목처럼 유연석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그는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랑을 더 모르겠다. 시청자들도 ‘사랑의 노이해’라던데 공감한다”며 웃었다.
유연석은 “이 드라마를 촬영하고 시청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게 사랑이더라. 좋은 대사들이 많았다. 특히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사랑. 흔하디 흔한 그저 사랑’이라는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는다“며 “누구나 하는 사랑이고 다 각자의 사연이 있는 사랑인데 막상 당사자가 되어 보면 너무 힘들고 복잡한 게 사랑인 것 같더라”고 답했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유연석은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tvN ‘응답하라 1994’(2013)부터 ‘미스터 션샤인’(2018), ‘슬기로운 의사생활’(2021) 그리고 ‘사랑의 이해’까지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다.
유연석은 “고맙게도 늘 찾아주신다. 예전에는 드라마가 4개월 만에 끝났던 것 같은데 지금은 6~7개월은 걸린다. 내가 공연도 하다 보니 연말이 되면 공연 제의도 들어온다. 요즘은 영화 제작진들이 OTT로 넘어와서 드라마를 만들기도 한다. 좀 쉬어야지 하는데 좋은 작품들이 제안 들어오면 하게 된다”며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인물들을 시도해보는 게 재밌는 것 같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게 안 봤던 모습들로 찾아가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유연석에게 하상수는 어떤 인물로 기억에 남을까. 그는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캐릭터를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상수를 통해 연기적으로도,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고 또 한 번 배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유연석은 하상수처럼 사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상수는 망설임 때문에 많은 것들이 어긋났다. 여러 가지 책임이 따르니까 고민되고 망설여질 수는 있다. 그래도 후회하고 많은 걸 따지기보다는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