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훈련 중인 이승현과 이종현(오른쪽). [사진 전주 KCC] 프로농구 전주 KCC 센터 이종현(29·2m3㎝)은 지난 1일 고양 캐롯으로부터 트레이드됐다. 경복고-고려대를 졸업하고 2016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울산 모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데뷔한 그는 개인 두 번째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이종현은 2020년 11월 현대모비스에서 고양 오리온(현 캐롯)으로 처음 유니폼을 바꿔 입은 바 있다.
아마추어 시절 거물급 센터로 기대받던 이종현은 고려대 재학 시절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까지 도전했던 그는 프로 통산 평균 출전 시간이 19분 10초에 그쳤다. 올 시즌 캐롯에서도 평균 13분 25초 동안 3.3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높이 보강이 필요한 KCC로 트레이드됐다.
이종현에게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1일 팀 미팅 때 김승기 캐롯 감독으로부터 트레이드가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종현은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트레이드 대상자라는 말을 전해 듣고 놀랐던 건 사실”이라면서 “김승기 감독님께서 ‘너에게 좋은 기회다. 요즘 몸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네가 가서 잘해야 내가 욕을 안 먹는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종현이 고양 캐롯에서 전주 KCC로 트레이드됐다. 프로 데뷔 이후 두 번째 트레이드다. [사진 KBL]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종현은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다음 날 오전 일찍 용인 KCC 체육관으로 내려가야 했다. 정신없던 이종현에게 이승현(31·KCC)이 손을 먼저 내밀었다. 용인 인근 자신의 집에서 하루 지냈다. 둘은 학생 때부터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절친한 사이. 이종현이 이승현에게 “형, 친해지고 싶어요”라며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건 유명한 일화다.
고려대, 오리온에서 이승현과 함께 뛰었던 이종현은 KCC에서 재결합했다. 이종현은 “트레이드가 된 뒤 승현 형한테 가장 먼저 연락받았다. 승현 형한테 고마우면서 미안하다. 나 때문에 계속 승현 형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나. 나에 대해 가진 책임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어찌 됐든 내가 KCC에서 이겨내야 하고,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현은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벗겨내야 한다. 그는 프로에서 아킬레스건, 십자인대 등 부상을 겪었다. 아마 시절 서장훈-김주성을 잇는 대형 센터로 주목받았지만, ‘게으른 천재’라는 혹평도 받았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이종현이 프로에서 열심히 했다면 NBA 도전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모습은 안타깝다”라며 씁쓸해하기도 했다.
이종현은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을 가져 억울하다. 날 아는 사람들은 ‘그런 말이 왜 나왔나’라고 이야기한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가 만든 이미지 아닌가.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다. (프레임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종현이 고양 캐롯에서 전주 KCC로 트레이드됐다. 프로 데뷔 이후 두 번째 트레이드다. [사진 KBL]
이종현은 세간의 엄격한 잣대로 지목받을 때마다 자신을 향해 ‘회초리’를 꺼냈다. 그는 “자책을 많이 했다. 영광스러웠던 과거 기억에 매몰돼 힘들었던 시간이 길었다. 회초리를 꺼내 자책하기도, 다독이기도 했다. 별짓을 다 해봤다. 안 해본 게 없다”라며 “어렸을 때보다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힘든 시간이 많았으니, 이제 다시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이적이 이종현에게 농구 인생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종현도 절치부심하고 있다. 지난 5일 KCC 소속으로 치른 첫 경기에서 그는 15분 42초 동안 4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종현은 “생일이었다. 100% 만족 못 해도 팀이 5연패를 끊는 데 기여해 기분 좋다.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한 전창진 KCC 감독님이 ‘고생했다’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이종현이 직면한 과제는 오른 팔꿈치 인대 파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이승현의 공백을 메우는 거다. 이승현은 지난달 25일 정밀 검진 결과 4주 진단을 받았다. 이종현은 “내가 농구 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건 없다.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고 잘해야 한다. 승현 형이 부상에서 복귀할 때까지 내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