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OTT 서비스를 떠돌아다니며 구독하는 일명 ‘메뚜기 가입자’를 잡기 위한 OTT 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OTT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OTT 서비스가 범람하면서, 이제 가입자들은 구독을 장기간 유지하는 대신 몰아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 서비스를 그때그때 선택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어떻게든 기존 가입자를 잡아두려는 OTT 서비스들은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공개해 ‘정주행’할 수 있게 하는 전편 공개와 주마다 한, 두 편씩 공개하는 순차 공개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전편 공개’가 당연했던 OTT 서비스들이 ‘순차 공개’라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 건 비교적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OTT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자연스러운 행태로 자리 잡으면서 넷플릭스, 디즈니+ 등 해외 OTT 서비스는 물론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까지 우후죽순 생겨났다. 결국 가입자들 사이에선 구독료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됐고, 한 번 가입하면 계속 구독을 유지하던 행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순차 공개 방식은 구독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번에 작품이 공개될 경우 구독자들이 정주행을 마친 뒤 회원 탈퇴를 감행할 수 있는데, 순차 공개를 하게 되면 콘텐츠가 끝나는 몇 달 동안 구독자들을 잡아둘 수 있기 때문. 한 예로 티빙의 역대 콘텐츠 가운데 유료 가입자 유입률 증가 1위로 꼽히는 ‘술꾼도시여자들’의 경우 시즌 1이 매주 2회씩 6주에 걸쳐 방영되며 오랜 기간 구독자들을 끌어모았다.
다만 이 같은 순차 공개 방식은 콘텐츠의 화제성 측면에선 단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크게 화제를 모은 ‘오징어 게임’의 경우 한 번에 모든 회차를 공개했다. 이 경우 모든 사람들이빠른 시일 내에 콘텐츠를 끝까지 정주행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SNS 등에서의 버즈량이 늘 수밖에 없다. 작품을 끊김 없이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론칭한 이후 줄곧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순차 공개했던 디즈니+는 최근 정해인, 고경표 주연의 ‘커넥트’를 6회 전편 한꺼번에 공개했다. 앞서 ‘형사록’ 종영 인터뷰에서 배우 이성민은 “마지막 회가 공개되면 반응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정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성민의 기대처럼 ‘형사록’은 드라마가 모두 끝난 뒤 여러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편 공개와 순차 공개.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본격적인 저울질에 돌입한 OTT 서비스. 이들의 최종 선택은 무엇이 될지, 가입자들은 어떤 OTT 서비스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