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준(27·KT 위즈)은 지난해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라는 목표를 세웠다.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지우고 재평가를 받기 위해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최종엔트리 발표일(6월 16일) 하루 전 기준으로 타율 0.313를 기록하며 리그 유격수 중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엔트리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과 멀티 포지션 소화 여부 등을 기준으로 오지환(LG 트윈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을 선택했다. 경쟁력을 증명하고도 목표를 이루지 못한 심우준은상심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엔트리 발표 이후 20경기에서 타율 0.135에 그치며 심적으로 흔들린 모습을 보였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심우준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위해 다시 칼을 갈고 있다. 올 시즌 초반 타격감도 매우 좋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328(을 기록했다. 16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유격수 중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이다. KT 팀 내에서도 유일하게 3할 타율을 넘긴 타자였다.
출루 능력은 리그 정상급 수준이다. 0.431를 기록하며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한유섬(SSG 랜더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이 부문 월간 4위에 올랐다. 2021시즌 460타석에 나서 32개밖에 얻지 못했던 볼넷이 많아졌다. 올 시즌은 75타석에서 10개를 기록했다.
심우준의 출루율이 높아지자, 상대 배터리는 부담이 커졌다. 2020시즌 도루왕(35개)을 차지했던 심우준도 올 시즌도 한 달 동안 5개(도루성공률 83.3%)를 기록하며 누상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강철 KT 감독은 "심우준이 이전에는 빠른 발을 믿고 그저 쳐서 나가려고만 했다. 올 시즌은 출루 루트가 많아졌다. 볼넷도 많이 골라내고 기습번트도 한다. (심)우준이가 출루하면 상대 팀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팀 공격에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원래 좋은 평가를 받던 수비에 대해서는 "올 시즌은 송구 능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오지환과 함께 수비력이 가장 좋은 유격수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이강철 감독은 "심우준은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충분하다"라며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회를 향해 소속 선수를 어필했다.
심우준은 지난달 9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와일드카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내 기준이 높아서 그런지 몰라도 유격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라는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박성한(SSG), 김지찬(두산), 안재석(두산 베어스) 등 소속팀에서 주전을 맡은 젊은 유격수도 예비엔트리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유격수가 와일드카드로 뽑힐 가능성이 있다. 심우준은 현재 공격·수비·주루 모두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