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수원 KT 허훈. 사진은 허훈이 지난 2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안양 KGC와 KT의 3차전 경기에 출장해 코트 위에 서 있는 모습. 사진=KBL 제공 남자프로농구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KT가 '봄 농구'에서 또다시 좌절했다.
KT는 지난 27일 열린 4강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안양 KGC에 패했다. 정규리그 2위로 4강 PO에 선착했지만, 시리즈 1승 3패에 그치며 3위 KGC에 챔피언결정전 진출권을 내줬다.
KT는 지난 2018~19시즌 서동철 감독이 부임한 이후 PO 단골 팀이었다. 지난 세 시즌 모두 정규리그 6위로 PO에 참가(2019~20시즌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정규리그 조기 종료)했지만, 시리즈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KT는 적어도 올 시즌에는 다를 거라는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 팀 전력이 예년과 확실히 달랐다. 드래프트 상위픽으로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모았고, 그중 허훈과 양홍석의 기량이 최고조에 올라왔다. 이들을 뒤에서 받쳐줄 베테랑 김동욱, 수비력이 뛰어난 정성우도 영입했다. 캐디 라렌과 신인 하윤기로 골 밑 높이까지 갖췄다. 전력의 균형과 완성도가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연고지를 부산에서 수원으로 옮긴 첫해부터 대업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비록 정규리그 후반기 15연승을 달린 서울 SK에 밀려 선두 자리는 내줬지만, KT는 전반기 동안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당당히 올 시즌 '양강'으로 평가받았다. 선착한 4강 PO 상대도 1옵션 외국인 선수가 빠진 KGC였으니 KT의 우세가 점쳐졌다. KT를 만나기 전 김승기 KGC 감독도 "우리의 객관적인 전력이 KT보다 너무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도 결말은 다르지 않았다. KT는 또다시 PO 첫 시리즈에서 패했다. KGC는 스펠맨 없이도 오세근, 변준형, 전성현 등 국내 자원만으로 KT를 제압했다. 치밀한 로테이션, 강한 트랩과 헷지를 바탕으로 한 수비 전술에 KT는 무기력하게 패했다. 에너지 레벨과 투지에서도 KGC의 완승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시즌이 KT가 최상의 엔트리를 구성할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이다. 에이스 허훈은 올 시즌을 마치고 입대할 예정이다. 양홍석은 입대까지 1년이 남았지만, 양홍석과 허훈의 '원투 펀치' 조합을 다시 보려면 3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FA(자유계약선수) 변수까지 있다. 올 시즌 수비의 핵이 됐던 정성우, 베테랑 김동욱이 내년 이후 기량을 유지할지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