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이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이 2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반 손흥민이 선제골을 넣고 뛰어올라 기뻐하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2.03.24/ 11년 만에 이란을 격파했다. 한국의 해결사는 역시나 ‘슈퍼 손샤인(Super Son Shine)’ 손흥민(30·토트넘)이었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한국이 A매치에서 이란을 꺾은 건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이후 11년 만이다. 한국(승점 23·7승 2무)은 이란(승점 22·7승 1무 1패))을 넘고 A조 1위가 됐다.
한국은 통산 전적에서 이란에 열세였다. 경기 전까지 32차례 맞붙어 9승 10무 13패의 기록을 거뒀다. 이란 상대로 열 번째 승리를 따냈어도 여전히 상대 전적에서는 이란에 뒤진다. 하지만 한국은 맞대결 7경기 무승(3무 4패)의 고리를 드디어 끊어냈다. 지난 10월 ‘지옥의 아자디’ 원정에서 1-1로 무승부에 그쳤던 한국은 ‘상암벌’에서 이란을 마침내 격침했다.
승리 주역은 손흥민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은 골문을 향해 드리블을 치고 들어갔다. 골대까지 약 25m를 앞둔 지점에서 손흥민은 오른발 중거리 슛을 날렸다. 이란 골키퍼 아미르 아베드 자데흐가 막았지만, 공은 골키퍼의 다리를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골키퍼가 한 번에 잡지 못할 만큼 손흥민의 슛이 ‘대포알’처럼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은 이란전 2경기 연속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도 이란 골망을 갈랐다. 개인 통산 A매치 30호 골이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하면 A매치 97경기 출전 31골이다. 이란전 2경기 연속골은 2009년 박지성 이후 손흥민이 처음이다. 박지성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란을 상대로 연속골을 터뜨렸던 바 있다.
손흥민의 활약은 계속 됐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상대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돌진해 오른발 슛으로 멀티골까지 노렸으나, 골키퍼에게 막혔다. 후반 26분 문전에서 시도한 오른발 슛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다. 13분 뒤에도 김태환(울산 현대)의 패스를 받아 찬 슛이 골망을 가르지 못했다. 손흥민은 골 기회가 연이어 무산되자 얼굴을 감싼 후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대한민국과 이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이 2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반 손흥민이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2.03.24//2022.03.24/ 손흥민의 활약은 6만4375명의 환호를 받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난 2019년 3월 26일 콜롬비아와의 국가대표 친선경기 이후 3년 만에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관중은 손흥민이 공을 잡고 드리블하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기 위해 천천히 이동하면 휴대폰 카메라를 켜기 바빴다. 한국 축구 최고스타다운 관심이었다.
손흥민의 활약 속에 수비수 김영권(울산)이 추가골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장 곳곳에 걸린 “이란 넘고 1등 한국” “뛰는 이란 위 나는 한국” “이란 넘고 1위로 간다” “압도하라, 대한민국!” 등의 걸개가 실현된 순간이었다. 손흥민과 김영권은 나란히 득점포를 터뜨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었던 ‘카잔의 기적’을 팬들에게 상기시켰다.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많은 팬의 성원에 힘입어 좋은 경기 할 수 있었다. 더 큰 점수 차로 이기지 못해 아쉽다”면서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대표팀에서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주장답게 팀원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손흥민은 “우리가 좋은 팀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좋은 모습을 보인 건 선수들의 희생정신 덕분이다.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제 29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정으로 마지막 10차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한 경기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목표”라며 “지성이 형이 잘했던 만큼 나도 이 팀을 잘 이끌 수 있으면 좋겠다. 처음 주장을 맡아서인지 정말 애정이 많이 간다. 열심히 해서 많은 기대에 좋은 모습으로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민국과 이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이 2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손흥민이 코너킥을 위해 이동하며 관중을 향해 박수를 유도하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2.03.24/ “팬들에게 직접 경기장에서 축구하는 모습,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끝나고는 같이 웃고 좋아하던 모습이 그리웠다. 늦은 시간 평일에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손흥민은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을 돌며 인사를 건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손흥민을 향한 박수 소리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