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최대 기대작으로 거론됐던 SF액션 영화 ‘매트릭스’의 4편 ‘리저렉션’이 국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걸작 ‘매트릭스’의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리저렉션’은 ‘매트릭스’ 1∼3편을 선보인 워쇼스키 자매 중 라나 워쇼스키가 단독으로 연출한 영화다.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등 원년멤버가 출연해 시리즈 팬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관객의 외면을 당하고 있다. 1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리저렉션’은 국내에서 전날까지 총 20만8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일일 관객은 196명에 불과해 박스오피스 11위에 머물렀다.
‘리저렉션’의 홈그라운드인 북미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전날까지 총 3400만달러(406억1300만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개봉 첫 5일 동안에만 4000만 달러에서, 많게는 70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총 수익은 1억2400만달러(약 1480억원)로, 현지 언론이 추측한 영화 제작비(1억7600만 달러) 회수마저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아직 영화가 상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편(4억6600만 달러), 2편(7억4100만 달러), 3편(4억2700만 달러)과 비교하면 ‘흥행 참패’ 수준이다.
흥행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는 ‘매트릭스’ 시리즈가 극장의 주 이용객인 2030대에게 익숙한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이 꼽힌다. 1999년 첫 선을 보인 ‘매트릭스’는 가장 최근작인 ‘레볼루션’이 19년 전인 2003년에 개봉했다. 시기상으로 2030세대가 ‘매트릭스’ 시리즈의 팬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리즈라는 형식의 특성상 1∼3편을 모두 봐야 4편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기존 관객이 아닌 새로운 관객의 ‘진입 장벽’도 높은 편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개봉해 흥행 가도를 달리는 ‘스파이더맨’의 속편 ‘노 웨이 홈’은 젊은 세대가 어릴 적부터 꾸준히 봐 왔던 콘텐트이기 때문에 속편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매트릭스’의 2~3편인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이 1편에 비해 혹평을 받아 4편에 대한 기대감이나 관심도 자체가 낮았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연예매체 스크린랜트는 ‘리저렉션’의 참패를 두고 “거의 20년 동안 ‘매트릭스’ 시리즈는 관객들에게 나쁜 평을 남긴 속편 논란으로 얼룩졌다. 다른 ‘매트릭스’ 영화에 대한 욕구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워쇼스키 감독과 배우들이 2030 세대를 끌기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워쇼스키 감독이 ‘매트릭스’ 이후 작품들이 흥행에 실패했고 주연배우인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등 배우들이 나이가 많고 딱히 크게 호기심을 끌 만한 성공작이 없다는 점이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