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만에 프로와 대학 선수가 정면 승부를 펼친다. 프로배구 남자부 컵대회에 대학팀이 참가한다.
복수의 배구계 관계자는 '내년에 열리는 남자부 컵대회부터 대학부와 실업부 팀들 참여를 고려중'이라고 전했다.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는 컵대회 개편 작업 중이다. 대학리그 상위 팀, 그리고 아마추어로 운영되는 실업리그 상위 팀 일부가 참여할 것이 유력하다.
컵대회는 V리그를 앞두고 열리는 '모의고사' 역할을 한다. 외국 팀과 국군체육부대를 초청팀으로 부르긴 했지만, 대학 팀이 참가한 적은 없다.
1984년 창설돼 '백구의 대제전'이라 불렸던 대통령배에선 실업과 대학이 자웅을 겨뤘다. 최천식(인하대), 이종경(경기대), 하종화(한양대), 신진식(성균관대) 등이 대학 시절에 실업 형님들을 상대로 활약해 큰 주목을 받았다. 한양대는 1991년 제8회 대회에서 하종화, 강성형, 윤종일을 앞세워 대학팀으로는 유일하게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슈퍼리그를 마지막으로 대학부가 분리됐다. 2005년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한 뒤엔 연습 경기를 치를 뿐, 정식 대회에서 겨룬 적이 없다.
KOVO가 대학팀 참가를 고려하는 건 흥행 때문이다. 프로배구 남자부는 답보하고 있다. 시청률은 최근 5년간 큰 변화(0.79%~1.07%)를 보이지 않았다. 여자배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관심에서 멀어나는 추세다. 시청률도 2019~20시즌을 기준으로 역전됐다.
가장 큰 이유는 스타 부재다. 국제 경쟁력은 하락했고, 김세진·신진식의 뒤를 이을 특급 선수가 등장하지 않았다. 여자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김연경을 시작으로 스타 선수들이 등장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학과 프로가 직접 대결을 펼침으로써 이슈를 만들고, 새 얼굴의 등장을 가속화하려는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 확인과 동기 유발도 기대된다. 한 프로 관계자는 "대학에서 아무리 잘하는 선수도 프로에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대학 팀과 연습 경기를 하긴 하지만, 실전은 또 다르다. 프로팀과 대결을 통해 눈에 띄는 선수들이 나오고, 한 단계 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화 이전 실업팀과 대학팀간의 기량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지금은 격차가 커 일방적인 경기가 속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상우 성균관대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뛰지 않는다면 낫겠지만, 예전같이 대학 팀이 돌풍을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구도 비슷한 이유로 프로-아마최강전을 신설했으나 2년 만에 폐지했다.
대학 팀의 일정 조율도 필요하다. 문체부는 대학 선수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 대학 대회를 주로 방학 기간에 치르고 있다. 컵대회가 종전처럼 여름에 2주 정도 일정으로 열린다면 대학 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축구 FA컵이나 유럽 리그들처럼 연중 대회로 연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