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승 고지에 오른 박남성 마주(왼쪽)와 남승현 마주. 단거리 최강자를 가리는 제29회 서울마주협회장배(GⅢ,1200m)가 20일 오후 5시 서울 경마공원에서 열린다.
경마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하기에 개인 마주제를 통해 성장·발전해왔다. 마주는 경마의 핵심이다. 1700년대 귀족들이 자기 말의 우수함을 자랑하기 위해 시작된 경마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말의 주인은 경마를 지탱하는 힘이다.
최근 코로나19 경마 산업의 붕괴 위기에서도 그나마 말을 사랑하는 마주들이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버텨주었기에 경마는 유지될 수 있었다. 마주는 수지가 안 맞는다고 경마를 던져버릴 수가 없다. 말 생산부터 경주까지 4~5년 사이클로 유지되는 경마에서 마주들이 말을 던져버리고 떠나버린다면 경마를 복원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마주의 기여 없이는 경마가 불가능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주 수가 줄고 경마상금이 줄어든 최악의 상황에서도 경주마를 지켜온 마주 중에는 최근 200승을 달성한 이들이 있다. 박남성, 남승현 마주가 그 주인공이다. 박남성 마주는 올해 10월 16일 제5경주에서 ‘최강퀸’이 우승하며 영광의 200승을 달성했다. 31일에는 ‘아스팬태양’이 제8경주 우승(201승)을 차지해 지난해 먼저 200승 고지에 오른 남승현 마주를 제치고 ‘마주 다승왕’에 등극했다.
조교사나 기수들과 견준다면 마주의 200승은 박태종, 문세영 기수의 1500승에 가까운 대기록이다. 마주 다승왕을 차지한 박남성 마주는 도레미엔터테인먼트 대표로 1997년 마주로 데뷔, 2003년 디지털조선배(아일랜드피버) 우승, 2017년 경기도지사배(초인마), 과천시장배(초인마) 우승, 2018년 문화일보배(레이먼드), 2020년 SBS스포츠 스프린트(GⅢ, 모르피스) 우승, 올해 10월 열린 농협중앙회장배(아스펜태양) 우승 등 한국경마의 걸출한 명마들을 탄생시킨 대형마주다.
다승 2위 남승현 마주는 한국에서 개인마주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리스에서 마주활동을 시작, 싱가폴에서 경마대회 우승을 거두는 등 해외에서도 명성을 높였다. 1993년 원년마주인 그는 2000년 ‘즐거운파티’로 그랑프리(GⅠ거운파티) 우승을 거두었고, 2005년 애마 ‘명문가문’이 문화일보배와 대통령배 우승을 차지, 2008년에는 대통령배(GⅠ) 2연패를 거두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남승현 마주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2월 ‘롱가이’가 우승하며 한국 마주 최초로 200승을 획득했다.
1993년 우리나라에서 개인마주제가 시작된 이후 100승의 영예를 안은 마주는 2006년 박정열 마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1명이며, 최근 마주 활동을 포기한 분들을 제외하면 총 28명이다.
기수나 조교사와는 달리 마주들에게 ‘100승의 의미’는 대단하다. 100승 마주는 조교사나 기수들이 누리는 100승, 200승의 영예와 차원이 다른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 한국마사회는 향후 마주 100승을 기념하는 행사를 확립해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