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로 막을 내린 tvN '빈센조' 속 배우들의 하나하나 돋보인 열연이 극 완성도를 높였다.
주연진인 송중기·전여빈을 제외한, 반전의 주인공은 곽동연이었다. 극중 바벨그룹의 2인자 장한서를 연기, 똘끼로 가득한 안하무인 캐릭터다. 점층적으로 변화하는 인물의 서사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그려내 캐릭터의 설득력을 더했다. 형 옥택연(장한석)에 대한 공포감이 가득했던 눈빛에서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탐욕의 눈빛으로 바뀐다. 무차별적 폭력에도 무한 복종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날아오는 트로피를 피하고 감옥에 가는 옥택연의 수갑을 손수 채워주는 태도로 내면 변화를 고스란히 담았다. 여기에 송중기(빈센조)를 향한 감정이 분노에서 관심, 동경으로 바뀌는 과정을 차츰 부드럽게 달라지는 표정과 애정이 담긴 대사, 친밀감 넘치는 행동으로 표현해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 다른 빌런인 김여진(최명희)의 활약도 빛났다. 밑그림이 그려진 도화지 위에 자신만의 색을 칠하듯 대본 속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으며 하나의 예술 작품을 완성시켰다. 익숙함을 쫓는 이들의 허를 찌르는 낯선 연기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어디서도 한 번도 보지 못한 악역. 기존 작품에서 악녀들은 어떠한 사건과 사고로 악행을 하는 이유가 그려짐으로써 연민의 감정을 자극하는데 김여진이 맡은 캐릭터는 이러한 상황을 배제하면서 일상성과 악함을 공존시켰다.
웃음의 담당은 윤병희와 임철수였다. 윤병희는 법무법인 지푸라기 사무장 남주성을 연기, 어벙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탁월하고 감각적인 손재주를 보여줬고 특유의 말투는 많은 이들이 흉내낼 정도로 화제였다. 임철수는 어리바리하면서도 진지한, 전작인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보험회사 담당자, 이번에는 대외안보 범죄조직 대응팀 팀장을 연기했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일당백' 신스틸러가 된다.
이렇듯 조연들이 눈에 띄는 건 박재범 작가 특유의 출연진을 살리는 필력 덕분이다. 전작인 '열혈사제'부터 조연과 단역도 일회성으로 두지 않는 대본 덕분에 배우들 모두가 다 돋보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