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접고 도전을 시작했다. 배우는 자세로 나아갈 생각이다. 김주찬(40) 두산 주루 코치 얘기다.
김주찬 코치는 2021 스프링캠프부터 선수가 아닌 지도자다. 지난 시즌까지 KIA 소속 선수로 뛰었지만, 시즌 종료 뒤 계약이 만료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새 팀을 찾던 중 두산의 코치직 제의를 수락했다. 김주찬 코치는 "다시 (선수로서) 경쟁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두산의 연락을 받은 뒤에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새 출발 배경을 전했다.
두산이 6년(2015~20시즌)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강팀이라는 점도 김주찬 코치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외국 연수도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은 '화수분 야구'로 인정받는 팀이다. 함께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주변에서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두산 유니폼이 어색하다. 김주찬 코치도 낯선 환경에 적응 중이다. 프로 야구 선수 생활만 21년 동안 했지만, 새 직장에서 새 보직 수행을 앞두고 긴장도 컸다. 김주찬 코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잠을 청하지 못했다. 설렘도 있고, 걱정도 있었다. 여전히 코치라는 자리가 실감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김주찬 코치는 한국 야구 대표 호타준족으로 평가된다. 통산 19시즌을 뛰며 1778경기에 나섰고, 타율 0.300·138홈런·388도루를 기록했다. 현역 시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두산 선수들에게 전수한다. 기동력이 좋은 두산이 날개를 달았다. 김주찬 코치는 "주루와 경기 상황을 읽는 눈은 다른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았다고 자부한다"며 전문(주루)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전했다. 이어 "두산은 전체적으로 주루 능력이 좋다. 오재원, 정수빈, 박건우는 알아서 잘하는 선수들이다. 내가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공부할 생각이다"는 각오도 전했다. 김태형 감독도 김 코치를 향해 "마음껏 해보라"고 당부했다.
지도자는 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선수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동기 부여도 필요하다. 김주찬 코치도 인정한다. 그는 "먼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동료들이 조언을 해줬다. 이제 선수들을 도와줘야 하는 입장이다. 선수단 최고참일 때는 다소 강압적으로 얘기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먼저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박세혁, 김재호 등 후배들과 교감하기 시작했다고.
'초짜' 지도자인 김주찬 코치에게 주루 파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고영민 주루 코치의 존재는 매우 든든하다. 3년 후배지만 지도자 생활은 훨씬 선배. 김주찬 코치는 "같은 파트이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본다. 고영민 코치에게도 내가 먼저 다가가겠다"고 전했다.
김주찬 코치는 화려한 선수 생활에 비해 다소 초라한 모습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다부진 각오로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