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차종을 판매하며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완성차 브랜드는 국산 현대·기아차, 수입 메르세데스 벤츠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달력의 마지막 장이 남았지만, 그동안 벌어진 2위와의 격차가 상당해 1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베스트셀링카도 국산차는 현대차 '그랜저'가, 수입차는 벤츠 'E클래스'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는 2017년 이후 매년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꾸준한 인기몰이로 4년 연속 판매왕 자리는 떼 놓은 당상이 됐다. E클래스 역시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판매왕 자리를 목전에 뒀다.
부동의 1위 현대·기아차…4년째 1위 그랜저
2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1~11월) 총 71만9368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동기(67만5507대) 대비 6.5% 증가한 기록이다. 11월 누적 기준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치다. 시장 점유율도 48.80%로 국내 완성차 시장 1위를 기록했다.
기아차도 올해 국내 시장에서 사상 최대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기아차의 올해 11월까지 누적 국내 판매량은 51만3543대다. 시장 점유율은 34.85%다. 직전 최대치는 2016년 53만5000대인데, 월 5만대 안팎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하게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83.65%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 국내에 판매된 차량 10대 중 8대 이상이 현대·기아차였단 얘기다.
뒤를 이어 르노삼성은 8만7929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14.4% 성장한 수치다. 점유율은 5.96%를 기록했다.
이밖에 쌍용차가 전년 대비 18.3% 감소한 7만9439대를, 한국GM이 지난해보다 8.9% 증가한 7만3695대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각각 5.38%, 5.00%다.
쌍용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 모두 판매량을 늘린 상황에서도 현대·기아차가 입지를 더욱 확대한 것은 신차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영향이다.
올해 1분기 월평균 3000대 정도가 팔렸던 아반떼는 4월 7세대 모델이 출시되면서 한 달에 8700대 이상이 팔리고 있다. 총 판매 대수는 7만9363대로 8만대에 육박한다. 신형 아반떼는 사전계약 9일간 1만6849대가 계약되면서 흥행을 예고했다. 투싼은 4세대 모델이 나온 뒤 2000대 안팎이던 월 판매가 7490대로 뛰었다.
기아차의 신차들도 마찬가지다. 3월 중순 나온 4세대 쏘렌토는 사전계약만 2만6000대를 넘겼고 2분기부터 한 달에 8700대 가까이 팔리면서 총 7만6892대 판매를 기록 중이다.
카니발은 4세대 모델이 나온 뒤인 9월부터 석 달간 1만대 이상이 팔리고 있다. 카니발은 사전계약 하루 만에 2만3000명의 고객이 몰렸고 전체 기간으로 보면 3만2000여 대가 계약됐다. 지난해 카니발 총 판매 대수의 50%가 넘는 수치다.
작년 말에 나온 차들도 큰 역할을 했다. 현대차 그랜저는 11월까지 13만6384대를 판매하면서 4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예약했다. 2위(현대차 포터·8만7932대)와 5만대 정도 차이로 앞서 있어 자리를 내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기아차 K5는 7만9518대로 아반떼와 3위 다툼을 하는 중이고 셀토스는 4만7000여 대로 소형 SUV 왕좌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차는 '벤츠 천하'…E클래스가 '효자'
수입차 시장에서는 벤츠가 경쟁업체와의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는 올 1~11월까지 6만7333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 24만3440대 중 27.66%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치상으로 작년 대비 2400여 대 줄었으나, 코로나19로 물량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주요 경쟁 상대인 BMW(5만2644)와의 격차도 1만대 이상으로 벌렸다. 월평균 판매량을 고려할 때 남은 한 달간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낮다.
2003년 한국 법인을 세운 벤츠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간 판매량은 2012년 2만389대, 2013년 2만4780대, 2014년 3만5213대, 2015년 4만6994대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6년과 2017년에는 5만6343대, 6만8861대를 팔았다. 단일 브랜드 가운데 5만 대와 6만 대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7만798대와 7만8133대를 팔아 7만대 고지도 처음으로 넘었다. 올해도 월 판매량이 6000대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7만대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벤츠가 2016년~2020년 5년 연속 '왕좌'를 지킬 수 있었던 건 E클래스 덕분이다.
지난달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은 1479대 팔린 벤츠 E250이 차지했다. 10월 부분변경 모델 론칭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전 모델까지 합치면 올해 E클래스의 총 누적 판매량은 2만6607대에 달한다. 경쟁 차종인 BMW 5시리즈의 판매량(1만9731대)을 한참 앞선다.
이 밖에 준중형 C클래스(5045대) 플래그십(최상위) 세단 S클래스(5897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LC(6345대) GLE(3881대) 등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국산차 수입차 할 거 없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특히 올해는 현대·기아차와 벤츠 등 기존 강자들의 점유율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