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브랜드들이 잇따라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규모를 확장하면서 한국 시장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입차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시장 인프라 확대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검증된 품질·브랜드→많은 판매량→다양한 재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세 볼보'…AS에 1500억 더 쏟는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18일 성남 분당 서현 전시장에서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2023년까지 1500억원을 들여서 서비스센터는 52개, 차량 정비시설(서비스 워크베이)은 312개로, 지금보다 각각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입차 1만대 클럽에 입성하며 대세 브랜드로 거듭난 볼보가 급격한 성장으로 예상되는 서비스 질 저하 등 부작용을 없애고자 특단의 투자 조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국내 시장에서 채 3000대도 팔지 못하며 수입차 업계에서 마이너 브랜드로 치부되던 볼보는 지난해 1만대 클럽에 입성하며 메이저 브랜드로 거듭났다.
볼보의 연간 판매량은 2014년 2976대, 2015년 4238대, 2016년 5206대, 2017년 6604대, 2018년 8524대, 2019년 1만570대로 지속 성장을 거듭했다.
급격한 성장은 반길 일이지만, 이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급증하는 판매량은 동시에 정비 수요의 급증을 의미한다. 차량이 고장 났는데 서비스센터가 가득 차 차량을 입고할 수 없고 수리가 늦춰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면 차량을 구매했던 소비자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외면하게 된다.
이에 볼보는 향후 3년간 1500억원을 AS 분야에 투자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상반기 분당 판교, 의정부, 제주도에 서비스센터를 설립했고 하반기에는 부산 해운대, 천안, 수원 등에 서비스센터를 추가 설립한다.
여기에 추가로 1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2023년까지 서비스센터는 93%, 워크베이(작업대)는 95% 각각 늘리겠다는 게 볼보코리아의 계획이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사장은 "2014년 이후 국내 등록된 모든 볼보 차량수는 2014년 대비 약 127% 증가했는데, 서비스 시설은 191% 늘었다"며 "서비스 투자를 계속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현재 예약 후 고객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전국 평균 5일가량인데, 2023년까지 추가 AS 설비를 늘려 더욱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벤츠도 한국 재투자 앞장
수입차 1호 법인인 BMW코리아도 한국 재투자에 적극적이다.
올해 한국 진출 25주년을 맞은 BMW코리아의 국내 누적 기부금(2018년 말 기준)은 300억원에 달한다. 수입차 브랜드 중 최고 수준이다.
직접 기부금 외에도 경제적 투자와 문화적 인프라 확충, 핵심 시설 유치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770억원을 들여 인천 영종도에 BMW 드라이빙센터를 세웠고, 2017년엔 1300억원을 투입해 신규 부품물류센터를 지었다. BMW 송도 콤플렉스에도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 또 BMW는 올해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수입차 판매 1위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역시 사회공헌과 재투자 모범 사례로 불린다.
벤츠는 2014년 국내 다임러 계열사, 11개 공식 딜러사와 사회공헌 기금을 조성해 벤츠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했다. 벤츠 사회공헌위원회의 지난해 기금액은 45억원, 2014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기부금은 240억원에 달한다.
벤츠 사회공헌위원회 주요 사업은 교육이다.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모바일 키즈, 산학협동 프로그램 모바일 아카데미, 임직원 참여형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형 기부 프로그램 벤츠 기브도 주목된다. 참가비 전액을 중증 환아 의료비로 기부하는 기브앤 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아우디폭스바겐도 사회공헌 활동 투모로드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할 미래 인재를 육성과 교육, 환경,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투모로드는 자유학기제 중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을 제공하는 투모로드스쿨,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조성하는 초록빛 꿈꾸는 통학로, 다양한 체험 활동과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문화사업 등을 중점 추진했다.
수입 브랜드들이 한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강화와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내방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움직임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런 재투자 덕에 수입차의 인기는 호조를 보인다. 올해 1~5월 수입차 판매 대수는 10만88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재투자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기술과 부품에서 협력 및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