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감독들이 코로나19에 도전장을 냈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반도'를,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영웅'을 올여름 선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작 개봉이 사라진 극장가에 오랜만에 새 영화 개봉 소식이 전해졌다. 여름 텐트폴 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개봉을 확정한 '반도'와 이어 출사표를 던진 '영웅'이다. 연상호 감독과 윤제균 감독, 두 감독의 이름값만으로도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두 영화가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서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20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고, 강동원과 이정현이 연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전 세계에 K-무비의 저력을 입증한 '부산행'의 속편인 만큼 북미·홍콩·대만·남미·브라질·프랑스·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여름 동시기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가 예측한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될 만한 후보작 25편' 가운데 유일한 한국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인디와이어는 "세계적으로 9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인상적인 공간 활용, 기억에 남을 만한 퍼포먼스와 위기 상황에서도 함께 뭉쳐야 한다는 솔직한 메시지 등으로 최근의 좀비 영화들보다 뛰어났다. '반도'는 '부산행'으로부터 4년 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거대한 스케일의 속편"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영화 전문지 스크린데일리는 '반도'에 주목하면서 연상호 감독과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이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은 마치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에 연 감독은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나는 '부산행'과 '반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단 이기주의를 뉴스에서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도'가 '부산행'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면, '영웅'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이다.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크게 화제를 모았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한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새로우면서도 익숙하다. 2009년 뮤지컬 초연부터 안중근 역을 맡아 무대를 압도했던 오리지널 캐스트인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 다시 한번 안중근으로 분한 덕분이다.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을 기념해 관객과 만나는 '영웅'에서 정성화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뮤지컬 '영웅'의 넘버들을 스크린 위 감동으로 전한다.
'영웅'의 여름 개봉을 알리며 정성화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우려와 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SNS를 통해 '그간 촬영들이 마구 스쳐 지나가네요. 부디 지금의 상황들이 종식되어 많은 관객 여러분을 만날 수 있길 기도해 봅니다'라고 밝혔다.
류승완 감독이 배우 김윤석·조인성과 손잡은 '모가디슈', 240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송중기·김태리의 '승리호' 등도 여름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 존폐 위기에 몰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대작들이 대거 출전하게 될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