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이나 사람들이 모이는 각종 행사 취소가 잇따르면서 ‘위약금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계약할 때 위약금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고 있어도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계약 이행이 쉽지 않아 소비자와 업체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예식 취소하면 위약금 1000만원이래요”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위약금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총 1만4988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7.8배나 됐다. 업종별로는 국외 여행업 관련 상담이 가장 많이 접수됐고, 항공여객운수업·음식서비스업(돌잔치 등)·숙박업·예식서비스업 등이 뒤를 이었다.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위험성에 해외여행 취소는 당연하고 제주도 등 국내 여행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된 데다가, 사람이 모이는 돌잔치나 결혼식 등 행사도 취소가 잇따르면서 ‘취소 위약금’을 두고 업체와 소비자 사이의 입장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특수한 상황에 한 웨딩 관련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예식장을 취소하면 위약금이 1000만원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신부 측이 대구 사람들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총액의 70%가 위약금으로 발생한다고 해서 난감한 상황이다. 식장은 초강경 모드이고, 결혼식을 강행해서 손님들이 오더라도 찜찜한 결혼식이 될 것 같다” 등 고민들이 쏟아졌다.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대부분의 상담 내용 역시 코로나19에 따라 부득이하게 계약을 취소한 것이니 ‘위약금 면제’를 요구하거나, 위약금 수준이 지나치게 과다해 감면을 요구하는 등이다.
10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한국여행업협회 측은 “입국 금지나 강제격리 국가로의 여행 취소는 위약금 없는 환불이 합리적이나, 신혼여행 등 특화상품은 현지여행사, 호텔(리조트)의 위약금 부과 여부에 따라 다르며 여행사가 현지여행사 및 호텔(리조트)에서 환불을 받은 후에야 소비자에게 환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식업중앙회도 “소비자가 3∼4월 예정된 결혼식의 연기를 희망할 경우에는 소비자가 이행확인서를 작성하면 위약금 없이 3개월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회원사에 공지할 것”이라며 “예약 취소의 경우 위약금을 감경하도록 회원사를 독려하고 있지만, 고정비용을 고려할 때 위약금 전액 면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체와의 ‘합의’가 최선…신속히 결정해 피해 최소화해야
공정위에 따르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주요 업종별로 계약해제에 따른 위약금 부과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업체와 소비자 사이에 별도의 약관이 없는 경우’에 한해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 또는 권고되는 것이다. 사실상 사업자에게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업체와 합의해 위약금 수준을 조절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현재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코로나19에 따른 위약금과 관련해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은 총 614건이다. 피해구제는 소비자원이 조사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합의를 권고하는 제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계약서 상 예약취소나 위약금 관련 조항들을 꼼꼼하게 확인해 예약취소나 일정연기 여부 등을 신속히 결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히 예약취소 시점에 따라 위약금 부담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취소 시점 및 부과율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최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위약금 경감 등 소비자와의 분쟁 해결에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