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9시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22일 오전 4시30분) 제72회 칸국제영화제(72th Cannes Film Festival) 메인 상영관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경쟁부문 진출작 '기생충(PARASITE·봉준호 감독)의 공식 상영 전 레드카펫 행사가 치러졌다.
이날 레드카펫에는 '기생충' 수장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장혜진·이정은이 참석, 꿈의 무대를 즐겼다. 여러번 칸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물론, 처음 칸 레드카펫을 밟는 배우들까지 얼굴에는 설레임과 흥분된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하자마자 현장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고, 취재진과 현지 팬들은 "봉준호!"를 연호하며 봉준호 감독의 칸 입성을 반겼다. 플래시 세례도 쉴새없이 쏟아졌다. 다소 늦은 시간 상영이 진행됐지만 현장에는 포토 취재진이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빼곡히 자리해 '기생충' 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기생충' 팀은 대진운도 좋았다. 올해 칸 최고 기대작 중 한 편으로 꼽히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오후 6시부터 상영을 시작해 예상보다 늦은 시간 종료되면서 사그라들지 않은 열광적 분위기를 그대로 흡수했다.
멋들어진 턱시도를 차려입은 송강호와 이선균이 연신 감출 수 없는 건치미소를 뽐냈다면, 조여정은 순간 순간 울컥한 표정을 지어 눈길을 끌었다. 장혜진과 이정은은 여유가 넘쳤고, 막둥이 최우식과 박소담은 정신없는 현장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꼬박꼬박 인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최우식은 뤼미에르 대극장 계단에 오른 후 손키스를 날리는 퍼포먼스로 러블리함의 정점을 찍었다. '기생충'은 오후 10시 월드 프리미어로 전세계 최초 상영을 시작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공개 전 서문을 통해 스포일러 보도 자제를 공식 요청했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극장으로 들어서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의 환희섞인 미소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지, 뜨거운 눈물도 함께 할지, '기생충'을 최초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지. '기생충'의 이야기는 이제 막 막이 올랐다.
"첫공개 영광, 올 때마다 흥분 돼" 이날 레드카펫에서는 짤막한 인터뷰도 진행됐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레드카펫 입성 전 초입에서 현장 리포터의 인터뷰에 응하며 칸영화제 참석 소감과 '기생충'에 대한 소견을 전했다. 오랜시간 함께 한 만큼 인터뷰에서도 빛난 케미다.
"칸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이 어떻냐"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감독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칸영화제에서 가장 처음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영광이고 흥분되는 일이다. 지금도 좀 흥분이 된다"고 설레는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송강호 역시 "10년 만에 다시 왔는데 올 때마다 긴장되고 영광스럽게 생각된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06년 5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괴물'을 시작으로, '도쿄!' 61회 주목할만한시선, '마더' 62회 주목할만한시선, '옥자' 70회 경쟁부문에 이어 72회 '기생충'까지 본인 연출작으로 5번째 칸의 부름을 받는 영광을 안게 됐다.
송강호 역시 '괴물' 59회 감독주간, '밀양(이창동 감독)' 60회 경쟁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감독)' 61회 비경쟁부문, '박쥐(박찬욱 감독)' 62회 경쟁부문에 이어 '기생충'으로 딱 10년만에 다시 한번 칸을 찾게 됐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괴물'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기생충'까지 지난 17년간 4작품을 함께 하며 신뢰를 쌓았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많은 작품을 함께 했다. 어떤 식으로 디렉팅을 하냐"는 질문에 "워낙 오랫동안 같이 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이 아는 것 같다"고 진심을 드러냈고, 봉준호 감독은 "눈빛 만으로"라며 짧고 굵은 신뢰를 표했다.
이에 "언제 5번째 작품을 같이 할 것이냐"고 묻자 봉준호 감독은 "내년에 하겠다"며 껄껄 웃어고, "또 칸에 올 것이냐"는 질문에는 "불러주면 오지 왜 안 오겠냐"며 행복해 했다.
이와 함께 봉준호 감독은 베일싸인 '기생충'에 대해 "인간에 관한 영화다. 당신이나 나같은 인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간을 깊숙이 들여다 보는 그런 작품이다. 인간을 깊이 보다 보면 정치, 역사가 다 나온다. 하지만 결국 가족의 영화라 말하고 싶다. 두 가족의 미묘한 뉘앙스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정치 영화이기 이전에 가족의 이야기다"고 강조했다.
또 "그간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많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는데 '기생충'은 어떨 것 같냐"고 하자 봉준호 감독은 "내 영화를 아무리 많이 본 분들이라도 이번 영화 보면 놀랄 것이다. 영화 되게 이상하다"고 확신해 또 한 번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의리의 틸다 스윈튼…깜짝 초대손님 한편 '기생충' 주역들이 레드카펫에 등장하기 전 현지 취재진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월드스타 틸다 스윈튼이었다. 틸다 스윈튼은 현장 리포터에게 "봉준호를 보러 왔다"며 한껏 신난 표정을 지어보여 환호 받았다.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 '옥자' 등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봉준호 감독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특히 '옥자'는 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틸다 스윈튼은 2년 전 봉준호 감독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또 존 레전드, 존 갈리아노, 리한나 등 스타들도 '기생충'을 보기 위해 극장에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칸(프랑스) Gettyimages·이매진스 / 72회 칸영화제 공식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