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4번 타자 박병호(33)가 몰아치기를 시작했다. 타격 각 부문 순위 표도 동시에 요동친다.
박병호는 지난달 25일 고척 두산전부터 30일 인천 SK전까지 4월 마지막 5경기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5경기 성적이 타율 0.545(22타수 12안타) 4홈런 8타점 9득점. 장타율이 1.182, 출루율이 0.600에 달한다.
한 경기만 빼고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25일 3안타→26일 2안타→27일 1안타→28일 2안타에 이어 30일 SK전에선 4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27일부터 30일까지 3경기 연속 홈런도 쳤다. 앞선 22경기에서 친 홈런 수(3개)보다 이 5경기에서 때린 홈런 수가 더 많다.
'박병호의 달'이 다가온다는 신호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박병호는 예전부터 4월까지는 조금 출발이 더디다가 5월 이후 몰아치기에 능했던 선수로 기억한다"며 "날이 풀리고 따뜻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국내 복귀 첫해였던 지난해 5월에는 부상으로 거의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올랐던 2012~2015년에는 실제로 그랬다. 4월까지 2할 후반대 타율에 머물면서 예열하다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날아올라 여름까지 기세를 이어 갔다. 특히 2014년에는 5월에만 홈런 14개를 때려 내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4월 말부터 박병호의 장기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4월 24일까지 박병호의 성적은 타율 0.293·3홈런·12타점·19득점에 장타율 0.467·출루율 0.438·OPS(장타율+출루율) 0.905였다. 각 부문 순위 표에서도 타격 26위·타점 공동 33위·홈런 공동 21위·득점 공동 5위·장타율 20위·출루율 4위·OPS 9위에 각각 머물렀다.
하지만 4월 마지막 5경기 결과가 추가되자 판도가 달라졌다. 홈런은 7개로 김재환·호세 페르난데스(이상 두산) 양의지(NC)와 공동 1위고, 득점(28점)과 출루율(0.471)은 리그 전체 1위로 올라섰다. 타율(0.351)과 장타율(0.629)도 각각 3위. OPS는 1.100으로 양의지에 이어 2위다. '4번 타자'라는 맞춤옷을 다시 입자마자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키움은 5위 자리에서 4월을 마쳤다. 하지만 공동 1위인 SK·두산과 고작 2게임 차 떨어져 있을 뿐이다. 4위 NC와는 게임 차 없이 승률에서 단 6리 뒤져 있다. 그런 키움에 박병호의 몰아치기는 천군만마다. 5월 들어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키움이 '박병호'라는 날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