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단체들은 최근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하나는 국회에서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 다른 하나는 뉴진스(NJZ) 독립 문제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는 지난 13일 “지난 국회에 이어 산업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재차 추진되고 있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에 반대하며, 음반 제작 현실에 대한 명확한 고찰과 심도있는 논의 없이 극히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음악 산업계 전체를 불공정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음콘협이 문제를 삼은 건 ‘15세 미만 주 35시간, 15세 이상 주 40시간’인 청소년 연예인의 노동시간 상한 규정을 연령별로 더 세분화하고, 1일 기준까지 정한다는 부분이다. ‘9세 미만’ 일주일 30시간·1일 6시간, ‘9세 이상~15세 미만’은 일주일 35시간·1일 7시간, ‘15세 이상’ 일주일 40시간·1일 8시간 등이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회기만료로 폐기됐던 개정안과 같은 골자의 내용이 다시 상정된 데 문제를 제기한 것.
이어 음콘협을 비롯해 한국연예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5개 단체는 19일 “일부 기획사와 아티스트들에게 근거 없는 여론몰이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위를 중단하고 국회와 정부에는 주요 갈등 원인이 되는 ‘탬퍼링’ 근절을 위한 정책 지원을 진행해 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들 협회는 뉴진스(NJZ)와 어도어 분쟁을 탬퍼링 사례로 꼽으며 “최근 10개월 간 이어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 및 여론전, 뉴진스 하니의 국감 출석 및 그룹 독자 활동 등과 같이 특정 당사자들이 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나 분쟁을 당사자간 협의나 법적 절차 등을 통해 해결하지 않고 여론전과 일방적 선언으로 사안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5개 단체는 성명문을 통해 “국회나 정부 기관에서도 ‘K팝 산업 자체에 자정 능력이 없다’고 오해하고 이를 K팝 산업 전반의 문제로 인식해 여러 규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뉴진스(NJZ) 하니가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후 아티스트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안이 발의된 것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 두 사례는 각각 다른 듯 보이지만 배경은 같다. 왜냐하면 5개 단체는 탬퍼링 반대 성명에서 “우리는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와 아티스트 간 정산, 청소년의 용역 제공 등 각기 너무나 다른 성격의 쟁점들이 포함돼 있는데 모두 개별적으로 업계에서는 충분한 논의와 합의·자정을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이 선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5개 단체가 탬퍼링을 근절해달라고 주장한 발표문 안에 음콘협이 발표한 청소년 용역에 대한 내용이 살포시 들어있다는 건, 이들 단체가 뉴진스(NJZ)로 인해 환기된 K팝 산업의 문제점들에 대해 국회와 정부가 반응하는 것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동 및 청소년의 노동에는 당연히 규제가 따라야 한다. 교육권도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설사 청소년 노동자 본인이 교육권 보장을 원하지 않더라도, 보장이 강제돼야 한다. 사회 시스템으로 강제가 필요하다. 청소년 연예인과 소속사가 근로자와 회사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계약자간 관계이지만, 연습생과 초기 활동에는 수직적 관계가 성립되는 만큼 당연히 제도적인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 규제하지 않으면 방치될 뿐이다.
대기하는 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시킬지, 마지막 활동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을지 등등은 세부적으로 논의할 일이다.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알아서 할 수 있다 등의 반발은, 아동 및 청소년 노동자를 성인 노동자처럼 일을 시켜야 한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그 폐해가 K팝 산업의 이면이라는 걸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될 일이다.
5개 단체의 탬퍼링 근절 주장 발표문은 사실 의아하다. 이들 단체들 중 몇몇은 일찍이 뉴진스(NJZ)가 계약해지를 선언했을 때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한 매체가 탬퍼링 의혹을 보도했을 때도 민희진 전 대표에게 탬퍼링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한데다 뉴진스(NJZ)를 차트에서 빼는 걸 논의한다는 입장도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5개 단체가 합동으로 탬퍼링을 확정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이 뉴진스(NJZ) 탬퍼링의 실체를 이미 확인해서 이런 입장을 발표했는지 사뭇 의아하다.
시기도 의문이다. 앞서 여러 차례 뉴진스(NJZ)-어도어 갈등에 대해 입장문을 냈는데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을 오는 3월7일 열리는, 어도어가 뉴진스(NJZ)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신청 심문기일을 앞두고 발표한데다 27일에는 기자회견까지 열기 때문이다.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이들 단체가 입장을 발표한 진짜 속내가 정말 뉴진스(NJZ)의 탬퍼링에 대한 것인지, 뉴진스(NJZ)가 동등한 계약자간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선언한 데 대한 두려움인지, 아동-청소년 노동 시간 규제에 대한 반발 때문인지를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 섣부른 오해를 낳지 않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왜 뉴진스(NJZ)가 계약해지를 선언했는지 이유를 살피지 않고, 결과만을 살핀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입장 발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체들이 입장문을 발표한 뒤 뉴진스(NJZ) 멤버 부모들이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 중 일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멤버들 모두가 미성년자였던 연습생 시절부터 계약의 불성실한 이행과 내부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연습생 및 아티스트들이 본인들이 느끼는 부당함과 피해를 알리고 보호 받을 수 있는 어떠한 단체나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회사의 도덕성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기본권의 사각지대였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K팝 산업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가 미비한 점, 법상으로 동등한 계약자인데도 소속사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만 있고 K팝 아티스트들의 입장을 대변할 단체가 없다는 점 등은 상기하는 바가 크다. 건강과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들 만큼 공연을 돌리는데도 K팝 아티스트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K팝 아티스트 분류가 어느덧 5세대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지금, 이제 K팝 아티스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시점임이 환기된 셈이다.